한미 전작권 전환·분담금 곳곳 충돌…기자회견도 돌연 취소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7시 34분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있다.(국방부 제공) 2020.10.15/뉴스1 © News1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있다.(국방부 제공) 2020.10.15/뉴스1 © News1
한·미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다. 회의 종료 후 예정됐던 양국 국방장관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욱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52차 SCM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포함해 방위비 분담금,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이 논의됐다.

◇전작권 충돌…서욱 “전환조건 조기 구비” 에스퍼 “시간 걸려”

서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의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하고 더 나아가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의 길을 만들어 한미동맹이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맹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3단계 검증 절차 중 2단계에 해당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를 진행하지 못했다. 서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검증 지연에 따른 새로운 계획을 도출해 흔들림 없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전환 이후 전작권은 한국군 4성 장군을 사령관으로 하는 미래연합사에 넘어간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하는 과정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한국이 먼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SCM 종료 후 합의문 성격의 공동성명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관련 진전에 주목했으며 FOC 검증을 포함한 미래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의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美 방위비 분담금 압박…공동성명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빠져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에 증액을 압박했다. 그는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되고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0% 인상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은 타결되지 못한 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SMA 공동성명엔 지난해에 있었던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져 주목된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활용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측 요청에 공동기자회견 돌연 취소…北 ICBM 논의

서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을 받을 예정이지만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다. 에스퍼 장관이 결정했으며 한국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및 방위비 분담금에는 입장차를 보였지만 대북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10일 대규모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문제도 언급됐다.

서 장관은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서 새로운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를 공개하는 등 한반도 안보환경의 유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미 국방장관이 직접 만나서 동맹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어떠한 안보 도전에도 변함없이 공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에 “오늘 미국과 한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세계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한국의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훈련 여건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주한미군의 훈련을 위해 한국 측의 시설을 효과적으로 공동사용하도록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 밖에 한미 양국은 글로벌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해 나가고, 우주·사이버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인적교류활동 등을 통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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