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긴급조치 선포 ‘초강수’…끌려가는 시위대 영상에 대중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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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사회적 금기’로 통하는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5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선포했다. 정부의 초강수 조치에도 시위대는 시위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어 자칫 유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태국에선 반정부 시위로 1973년과 2010년 각각 46명과 9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이날 오전 4시 “불법 시위를 조직하고, 선동하고, 시행하는 세력이 있다. 평화와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며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긴급조치에는 5인 이상의 집회 금지, 국가 안보 질서를 해치는 온·오프라인 정보 유포 금지 등이 포함됐다.

긴급조치는 ‘시민혁명 기념일’인 14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경찰 바리게이트를 뚫고 정부청사로 행진하는 등 분위기가 격화된 가운데 나왔다. 이날 일부 시위대는 밤샘 시위를 펼쳤고, 왕비와 왕자가 탑승한 차량 행렬을 막아서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CNN은 시위대가 왕실 차량을 막아선 행동이 긴급조치 발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태국 경찰은 긴급조치 발표 직후 정부청사 밖의 시위대를 해산하고 핵심 지도자 3명을 포함한 20여 명을 체포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시위 지도자들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퓨처포워드당(FFP) 해산을 계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6월 ‘망명 민주화 운동가의 실종 배후에 정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19일에는 3만 명이 집회에 참여해 2014년 발생한 군사 쿠테타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은 2014년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정치적 탄압 중단,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왕의 권력 제한과 왕실 예산의 투명한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즉위 이후 법령을 개정해 왕실 재산을 국왕에 귀속시켜 국민들의 왕실 개혁 요구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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