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열세를 인정하고 교외 거주 여성과 노년층에게 투표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이른바 ‘비판적 지지층’인 두 집단을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2020년 패배할 수 있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라는 보좌진의 조언에도 이를 비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와 같은 행보는 전략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가 끝나자마다 앞선 대선에서 승리한 주(州)들을 돌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그는 각종 유세에서 자신의 불안한 입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메이컨 유세에서 “ 내가 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며 “나는 미국 정치사상 최악의 후보에게 졌다고 말할 생각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나라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유세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교외 거주 여성은 당신의 얘기를 안 좋아할 수 있다’고 한다”며 “나는 당신을 안전하게 해주는 법과 질서를 얘기하는 것이다. 내가 당신의 이웃을 구했다. 나를 좋아해달라. 부탁한다”고 했다. 앞선 8일 동영상 광고에서는 노년층에 지지를 부탁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교외 거주 여성과 노년층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백인 여성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노년층도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ABC/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교외 거주 여성 지지도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28%p 뒤졌다. 역시 노년층에서도 27%p뒤쳐졌다.
복수의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세를 인정하는 것은 전략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와 달리 승리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소평가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여론조사상 열세에도 집회를 이어가며 클린턴 전 후보 관련 부정적인 뉴스 확산에 집중해 승기를 잡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세를 이어가며 바이든 후보 아들 헌터의 부패 의혹 관련 뉴스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정통한 로비스트인 브라이언 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에 능숙하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악의 상황에서 승리한 권투 영화 주인공) 록키 발보아와 같다고 말하고는 한다”며 “그는 상대가 주먹을 날리기를 기다렸다가 강력한 반격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들이 코로나19 봉쇄 이후 경제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선거를 되풀이하는 방향을 택했고 우편 선거에 대해 의구심을 키우고, 언론 보도를 비난하고, 도시 치안 불안부터 경기 부양 협상 공전까지 모든 사안에 대해 민주당을 탓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아울러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프란츠 룬츠를 인용해 표를 ‘구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보다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