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낙선' 위해 결집…'일생일대 선거'로 규정
대선 결과 영향은 엇갈려…"민주에 유리" vs "장담 못해"
미국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흑인 유권자들의 사전 투표 열기가 뜨겁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흑인 유권자들의 우편투표 참여가 홍수를 이뤘고 직접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엄청나게 긴 줄도 견뎌내는 등 역대급 사전투표 열기를 보이고 있다.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WP의 10개 주 인터뷰에서 이들은 올해 대선을 일생일대의 선거로 규정했다.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던 지난 2008년 대선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하이오의 한 70대 유권자는 “모든 것에 화가 난다”며 투표에 참여하게 된 단 한 가지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재선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애틀랜타 교회에서 10시간 동안 줄을 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한 유권자는 “나에게 3명의 흑인 아들이 있다”고 분명하게 단답했다. 올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줬던 제도적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현재 사용가능한 데이터가 있는 주(州)의 투표자 수를 분석한 결과 초기 흑인 유권자 참여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사전투표를 시작한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첫 날 흑인 유권자 투표율이 30%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2016년 대선 때 흑인 전체 투표율의 23%가 넘는 수치다. 조지아의 경우 15일까지 실시된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에서 흑인 유권자 비율이 32%였다. 이 역시 4년 전 전체 투표에서 차지했던 비율을 크게 앞질렀다.
이러한 경향성은 밀워키와 디트로이트 등 흑인 인구가 많은 도시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실시한 WP/ABC 전국 여론조사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흑인 유권자층에서 9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흑인 유권자는 8%에 불과했다. 지난 8월 이래 WP/ABC가 실시한 3차례의 여론조사에선 흑인 등록 유권자의 86%가 투표를 확신하거나 이미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80%보다 높은 수치다.
민주당은 이 같은 분위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모건 잭슨 노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컨설턴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불안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흑인들의 건강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했고 이로 인해 흑인 유권자들의 계산이 바뀌었다”며 “어떤 사람들에겐 투표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흑인 유권자층의 적극적인 사전투표가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08년과 2012년에 비해 2016년 흑인 투표율이 저조했던 점과,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선거인단을 독식했던 것이 패인인 만큼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공화당원 대부분이 선거 당일 현장 투표에 나설 예정인 만큼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에선 민주당 지지자 투표율이 크게 앞서고 있다.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려면 선거 당일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를 뛰어넘을 만큼 투표소에 나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에 따르면 이제까지 총 2800만명이 이미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4년 전 총 투표 수의 5분의 1 이상에 달하는 것이며 특히 거의 3분의 2에 가까운 투표자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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