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건강한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투입시키는 실험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연구 및 백신 개발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안정성 논란뿐 아니라 실험 참가자에게 600만 원 가량을 지급하기로 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젊은이들이 실험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은 당뇨병 등의 기저 질환이 없는 18~30세 사이의 건강한 자원자 코로나19에 감염시켜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휴먼챌린지시험)’을 내년 1월부터 실시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 등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영국 정부는 3360만 파운드(약 493억 원)를 지원했다. 시험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작되며 결과는 5월경 나올 예정이다.
최대 90명이 참가하는 이번 실험의 참가자들은 2~3주간 격리되는데, 대가로 시간당 9파운드를 받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3주 간 시험에 참여할 경우 최대 4536파운드(약 667만 원)를 받는다. 이미 수 천 명이 참여자를 모집하는 사이트를 통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시험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참가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데 필요한 바이러스의 최저 용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후 다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들을 접종한 뒤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백신의 효과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가 이런 방침을 밝히자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감염시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상 3상 시험은 참가자들이 자연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까지 기다리지만 HCT는 인위적으로 참가자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 개발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실험단체는 참가자들에게 렘데시비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품도 효능이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험 자체의 효과 논란도 제기된다. NYT는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노인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험에 자원한 22세 여성 다니카 마르코스 씨는 AP통신에 “코로나19가 초래한 재앙을 본 이상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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