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군함도 조선인 노동자 차별 두고 “이유 없는 비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17시 26분


지난달 퇴임 뒤 공개적으로 우익 행보를 이어가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2일 태평양전쟁 당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차별에 대해 “이유 없는 중상(中傷·비방)”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군함도’(하시마·端島) 등 근대 산업시설을 전시한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선인 차별 문제와 관련해 “이유 없는 중상을 꼭 물리쳐 일본의 힘찬 산업화 행보를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3일 전했다. 군함도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에서 일한 대만인 징용 노동자의 급여 봉투 등을 살펴본 뒤 주민들에게 “역사의 진실도 여러분이 이야기해줌으로써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아베 전 총리의 방문에 앞서 징용 노동자에 대한 학대나 차별이 없었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군함도에 살았던 일본인 주민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일본이 2015년 근대 산업시설 23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설립된 곳이다. 그러나 노동자 강제 동원 역사는 생략한 채 ‘차별은 없었다’는 왜곡된 주장만 소개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노골적으로 우익 행보를 보이고 잇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퇴임 사흘 만에 참배한 데 이어 이달 19일에도 재차 찾았다. 그가 총리 재임 중에는 한 번(2013년 12월)만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던 것과 비교된다.

아베 전 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총리 직책 때문에 자제해 왔던 극우 본색이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퇴임 후 일본 보수우익 세력에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란 평가가 나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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