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국 단위 지지율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합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 그런데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어 ‘2016년 데자뷔’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바이든 후보는 전통 경합주 6곳의 평균 지지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4.1%포인트 앞서고 있다. 4년 전에도 같은 시점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3.8%포인트 앞섰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6곳 모두 트럼프의 승리였다.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간과했고, 여론조사가 부정확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독특한 대선 제도 때문에 경합주에서의 승리는 대선 승리로 직결된다. 미 50개주 중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48개주는 주내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자신의 주가 보유한 선거인단 전부를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택했다.
현재 뉴욕,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동서부 해안에 위치하고 인종 구성이 다양한 편인 곳은 민주당 지지세가 뚜렷하다. 백인 인구가 많거나 농업지대인 텍사스, 미시시피, 앨라배마, 켄터키, 루이지애나주 등은 공화당 텃밭으로 꼽힌다. 이들 주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결국 승패는 경합주에서 갈린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전국 득표율이 낮은데도 주요 경합주를 석권해 백악관 주인이 된 사람이 5명 있다.
이 때문에 양당 대선캠프 모두 ‘어차피 공략이 힘든 상대방 텃밭을 노리느니 자원을 투입할수록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경합주에 화력을 퍼붓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대선 때마다 양당 후보는 전체 예산의 평균 75%를 경합주에 투입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경합주 전반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고 있고 오하이오에서는 최근 역전당했다는 점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이달 10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3.9%포인트였지만 21일에는 2.1%포인트로 좁혀졌고, 같은 기간 펜실베이니아의 지지율 격차 또한 7.1%포인트에서 4.9%포인트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올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23일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유세를 펼친 후 24일에는 아예 이곳에서 직접 사전투표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경합주에서 박빙의 승부에 대비한 측면이 크다. 그는 22일 TV 토론에서 “바이든이 집권하면 증세를 단행해 경제를 죽일 것이다. 그는 석유 산업을 말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 등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 유권자의 지지를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을 동원해 바이든 후보 부자(父子)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부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 바이든 후보는 24일 펜실베이니아주 루전카운티 등을 찾아 유세를 펼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방문해 지원 사격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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