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지만 승부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승패는 어느 쪽의 지지자들이 더 많이 실제로 투표를 하느냐, 즉 지지층의 투표율에 따라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뜨겁다. 미 시사매체 애틀랜틱은 이번 대선이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는 투표가 될 수 있다며 양당 지지 기반의 투표 참여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가 운영하는 미국 대선 투표 실시간 추적 사이트 ‘일렉션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까지 이미 56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마쳤다.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 수(1억3880만 명)의 40%를 넘는 규모다. 맥도널드 교수는 사전투표(최대 8500만 명)를 포함해 이번 선거에서 최대 1억5000만 명이 투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투표율은 1908년(65.4%) 이후 최고인 65%를 기록하게 된다.
2016년 대선 전까지는 대체로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봤다. 투표율 상승은 주로 평소에 투표를 많이 하지 않던 젊은층, 유색인종, 저소득 백인층의 참여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41%를 차지하는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 중 67%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주요 원인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유권자 투표 성향을 기반으로 올해 대선에서 특정 유권자층의 투표율 변화에 따른 선거인단 계산 모델을 고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서는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고졸 이하 백인의 투표율이 중요하다.
인종, 학력, 연령 등 인구학적 분류에 따른 각 집단의 지지율이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과 같다는 가정 아래 고졸 이하 백인 투표율이 50%보다 낮으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표율이 51%로 높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에 배정된 10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면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을 확보해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하는 흑인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다. 지난 대선에서 60%였던 흑인의 투표율이 67%로 올라가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주 등 경합주가 바이든 후보에게 넘어오기 때문이다.
또 바이든 후보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은 연령대인 18~29세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높여야 한다. 이들의 투표율은 2016년 43%에 그쳤는데 이들의 투표율이 61%까지 오르면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각 집단별 지지율이 2016년 대선과 달라지면 투표율과의 관계는 복잡해진다. 한 예로 고졸 이하 백인의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2016년보다 1% 떨어질 경우(67%→66%) 투표율이 2016년과 같다면(56%)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 하지만 투표율이 1%(56%→57%) 올라가면 펜실베이니아의 승자가 바뀌면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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