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세계에서 한국 산업계의 위치를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애도를 표합니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일본 언론에 이 같은 추모의 글을 공개적으로 배포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여전히 악화돼 있지만 일본 기업인들은 이 회장의 별세를 잇따라 추모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이 회장을 평가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일본과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본으로 유학 갔고,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삼성전자를 이끌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과 협력을 거듭하며 ‘배워야 하지만 이겨야 하는 게 일본’이라고 여겼다.
2010년 미타라이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 당시 도레이 회장 등을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대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을 동석시켜 일본 인맥을 물려줬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은 럭비월드컵을 참관하기 위해 방일했는데, 럭비월드컵 조직위원장인 미타라이 회장이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이 회장의 빈소가 차려지지는 않았다. 일본 기업인들은 언론사에 추도 코멘트를 내거나 삼성전자 본사로 조전을 보내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미타라이 회장은 추모의 글에서 “이 회장과는 30여 년 교류를 해 왔고, 우리 회사와도 반도체 비즈니스를 통해 깊은 관계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온화한 성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삼성전자를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이끌어 세계 유수의 IT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회장은) 일본 기업의 품질 개선과 경영수법에도 정통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선택과 집중’을 추진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실행했다. 동시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해외 진출을 하는 등 탁월한 경영 수완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경비보안업체인 세콤 창업자 이다 마코토(飯田亮) 최고고문도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경제 발전에 다대한 공헌을 했다”며 이 회장의 별세를 추모하는 글을 25일 언론에 배포했다. 세콤은 에스원의 최대 주주로 1980년부터 삼성그룹과 협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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