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후보 가진 한국, 아시아서 존재감 높여"
"유명희 최종 라운드 진출로 집권 자민당서 불만 높아져"
"정부·자민당, 한국·중국에 뒤쳐져 위기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재무장관 등 두 후보가 결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 언론이 자국은 이번에도 WTO 후보를 내지 못했다며 위기감을 표출했다.
29일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번에도 WTO 후보 옹립을 보류했다. 국제기관 수장은 중국이 잇따라 획득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위기감이 심해진 일본 정부·여당은 (국제기구) 수장 획득 추진을 내걸고 있으나 인력 부족이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외교조사회합동회의’에서 한 의원은 “왜 일본은 후보자가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가지 않았는가”라고 외무성 간부에게 지적했다.
일본은 과거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낸 적이 없다. 한 통상 관료는 “미중 갈등으로 일본이 조정역 지위를 취할 절호의 기회였으나, 사무국장에 적절한 각료급 경험자가 없었다”고 신문에 밝혔다.
특히 신문은 “자민당에서 불만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당초 유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선거에 진출한 점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브라질 출신 호베르트 아제베두 WTO 전 사무총장이 지난 8월 물러났다. 당시 일본은 사무총장에게 필요한 조건으로 통상 규정에 대한 ‘지견’, 각료 등의 ‘경험’을 중시했다. 자국 내에는 조건을 만족하는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요미우리는 “이 결과 사무관 출신 유 본부장을 옹립한 한국이 아시아 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높였다”고 봤다. 유 본부장은 “통상 협상 책임자로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에 대항해 WTO 제소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제기관 수장 지위 획득에 한국이 열을 올리는 데에는 문재인 정권이 외교 성과로서 국내에 어필할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정부·자민당은 일본이 국제기관 간부역 획득에서 중국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에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 간 일본인이 국제기구 수장을 역임한 사례는 세키미즈 고지 전 국제해사기구(IMO) 사무국장밖에 없다.
자민당의 규정형성전략의원연맹은 지난 27일 총리 관저를 방문해 외무성과 내각·관방이 사령탑이 되어 전략적으로 임하고, 각료 경험자 등용을 요구하는 제언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전달했다. 스가 총리는 “우수한 인재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응 강화를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8월 예정된 만국우편연합(UPU) 국제사무국장 선거에 일본우편집행 임원을 내세울 예정이다. 일본에 있는 각국 대사관에도 지지를 촉구하며 당선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다만, 신문은 일본 단독의 노력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문 대통령의 지원을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14개 국가 정상과 통화해 지원을 요청하고, 73개 국가에 친서를 보냈다면서 “일본은 이런 정상 수준에서의 움직임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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