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두 언니 이어 뒤늦게 구조돼… 얼굴의 먼지 닦아내자 천천히 눈떠
한 건축업자는 28년만에 악몽 되풀이
지진 피해 이주한 곳서 또 손자 잃어
소방관 엄지손가락 꽉잡은 소녀 지난달
30일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65시간이 흐른 이달 2일 극적으로 구조된 3세 여아
엘리프 페린체크가 자신을 구조한 무암메르 첼리크 소방관의 엄지손가락을 꽉 움켜잡고 있다. 첼리크 소방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즈미르=AP 뉴시스
회색 먼지가 가득한 세 살 여자아이 엘리프 페린체크의 얼굴을 마주한 터키 이스탄불 소방관 무암메르 첼리크 씨는 아이가 죽은 줄 알고 절망했다. 하지만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자 꼬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첼리크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30일 규모 7.0의 강진으로 무너진 터키 서부 이즈미르 한 아파트의 잔해에 갇힌 채 65시간을 버틴 후 이달 2일 기적적으로 구출된 페린체크의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그를 구한 첼리크 소방관은 “페린체크는 응급구호 텐트에 도착할 때까지 내 엄지손가락을 꼭 잡고 있었다. 진정한 기적을 봤다”며 “나는 이제 그의 오빠”라고 말했다.
페린체크는 지진 발생 후 당국이 구조한 106번째 생존자다. 앞서 지난달 31일 그의 어머니(38)와 열한 살 쌍둥이 언니 2명은 먼저 구조됐다.
페린체크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며 1일 구조된 이딜 시린 양(14)의 사연도 화제다. 시린 양은 구조되자마자 같이 매몰된 여동생의 생사를 물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3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28년 전 지진과 이번 지진 때 각각 손자 1명씩을 잃은 건축업자 하야티 우준 씨의 가슴 아픈 사연도 등장했다. 일간 휘리예트에 따르면 우준 씨는 1992년 동부 에르진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손자 엠라흐를 잃었다. 사고 후 이즈미르로 이주한 그는 이듬해 지은 아파트에 손자의 이름을 붙였고 이곳에서 잠시 거주했다.
우준 씨는 이후 다른 지역으로 또 거처를 옮겼지만 이곳에서 아들 부부와 다른 손자들이 계속 살았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17세 손자 하야티가 사망했다. 우준 씨의 지인은 “10년 전에도 이즈미르에서 지진이 일어나 아파트 보강공사까지 했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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