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과반 확보하고 패자 승복하면 비로소 승리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2020 미국의 선택]Q&A로 보는 개표 상황

3일(현지 시간) 실시된 미국 대선은 선거 당일 밤이나 다음 날 새벽까지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매우 이례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3일 이후에도 우편투표를 접수하는 주가 많아서 개표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한쪽에서 개표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 이후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도 차기 대통령이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20일에 새 대통령이 취임하지 못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 선거 불복 사태가 터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Q&A로 풀어본다.

―당선자 확정이 늦어질 것이라는데 이유가 뭔가.

“우편투표가 주원인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는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일정 기간 인정해준다. 특히 경합주는 우편투표를 개표하기 전까지는 누가 이겼는지를 알기 어렵다.”

―선거 당일(미 동부 시간 기준 3일 밤·한국 시간 4일 오전)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합주 가운데 우편투표의 사전 개표가 허용돼 개표 결과가 일찍 나오는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와 노스캐롤라이나(15명)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플로리다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대선 판세는 급격하게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플로리다를 놓칠 경우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는 게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할 때의 얘기다.”

―개표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경합주가 또 있나.

“만약 플로리다주의 개표가 막상막하로 흐르거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애리조나(11명) 텍사스(38명) 등 다른 ‘선벨트’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들 지역도 이르면 당일 밤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을 할 만한 곳은 미네소타(10명)와 위스콘신(10명) 등 중북부 지역이다. 여기도 빠르면 당일 저녁, 늦어도 다음 날 오전이면 대략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때까지도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면 새 대통령을 언제 알 수 있나.

“플로리다 등 선벨트 지역을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 미네소타 등 중북부를 바이든 후보가 확고히 가져가는 흐름이라면 결국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20명)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 주는 3일까지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으면 6일 도착분 우편투표까지 유효표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6일은 돼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러스트벨트인 미시간주(16명) 역시 주 당국이 6일 전까지는 개표 결과를 집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열흘 뒤(13일) 도착분까지 인정하는 오하이오주(18명)는 더 오래 기다려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결과가 나왔다는데도 승자를 가리기 어려운 초접전 양상이 된다면 오하이오까지 지켜봐야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모든 주의 개표가 끝나야 승자가 확정되나.

“그렇지는 않다. 미 대선은 주별로 배정된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사람이 이긴다. 개표 과정에서 한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 패자가 ‘승복 연설’을 함으로써 승자를 확정하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조기 승리 선언을 할 수 있다던데….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초반 주요 경합주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 일단 승리 선언을 하고 나중에 도착하는 우편투표의 개표를 막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표 싸움이 치열한 일부 경합주를 골라 법원에 전면 재검표 또는 일부 우편투표분의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각 주 법원이나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려야 하고 이는 선거 결과 확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당선자 확정이 계속 늦어지면 엄청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연방법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주는 이번 대선의 경우 12월 8일까지 개표 관련 분쟁을 끝내고 선거인단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12월 14일에 선거인단 투표, 내년 1월 6일 의회의 투표 결과 승인을 거쳐 1월 2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다. 이런 일정을 지키기 위해 법원들도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12월 8일까지 일부 주가 선거인단을 못 정하면 어떻게 되나.

“전체 선거의 승패를 가를 주요 경합주에서 법적 분쟁 때문에 주별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면 후보도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미 하원에서 대통령을, 상원에서 부통령을 선출한다. 이때 하원의원들이 모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주별 다수당 대표가 한 표씩 행사한다.”

―의회 내에서도 분쟁이 생겨 법이 정한 시한까지 새 대통령을 못 뽑으면 어떻게 되나.

“1월 20일까지 새 대통령 선출이 안 되면 뽑힐 때까지 부통령 당선자가 임시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부통령 당선자도 뽑히지 않은 상태라면 하원 의장이 대통령직을 임시로 수행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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