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쏘고 차량 향해 총격… 양측 지지자 충돌로 유혈사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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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의 선택]개표 앞둔 美, 긴장 고조

유명 팝스타 동원… 유세장에 뜬 릴 펌프-레이디 가가 3일(현지 시간) 빨간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이 중북부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의 마지막 유세 도중 라틴계 래퍼 릴 펌프를 단상으로 불러냈다. 하루 전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서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손을
 맞잡고 있다. 그랜드래피즈·피츠버그=AP 뉴시스
유명 팝스타 동원… 유세장에 뜬 릴 펌프-레이디 가가 3일(현지 시간) 빨간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이 중북부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의 마지막 유세 도중 라틴계 래퍼 릴 펌프를 단상으로 불러냈다. 하루 전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서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손을 맞잡고 있다. 그랜드래피즈·피츠버그=AP 뉴시스
미국 대선의 개표 지연으로 인한 혼란 및 불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양측 지지자 간에 충돌 및 과격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총격까지 일어나면서 유혈 사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에서는 주방위군에 비상대기령을 발령하는 등 폭풍 전야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 백악관 주변에도 시위대 침입 등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 장벽이 설치됐다.

○ 양측 지지자 유혈충돌 우려 고조

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인근에서 차량 유세를 하던 중 유세를 막으려는 민주당 지지자 및 일부 행인에게 호신용 최루액을 분사했다. 이들은 빈 차량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이날 텍사스, 캘리포니아주 등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와 지역 주민, 반트럼프 유권자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리오 쿠오모 다리 등 주요 다리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캘리포니아 북부 마린시티에도 1000여 명의 트럼프 지지자가 차량 200∼300대를 몰고 들어와 주민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 및 욕설을 했다. 한 주민은 “흑인을 겨냥한 위협적 행동이었다. 테러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중부 캔자스주의 한 남성은 집 앞에 꽂아놨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을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며 3명에게 총을 발사했다. 이 총격으로 1명이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 2명도 치료를 받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안티파’ 등 일부 극좌단체 회원이 거리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의 과격 지지자들이 현장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투표소 인근에서 평범한 유권자를 위협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에도 선거 불복 및 시위를 선동하는 글이 상당하다. 이에 미시간, 네바다, 일리노이 등 8개 주 법무장관은 공동성명을 내고 “투표자를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일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텍사스, 워싱턴, 오리건주 등도 주방위군을 대기시키기로 했다.

○ 트럼프, 폭동진압법 발령해 시위 진압 가능성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해도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대통령 권한을 유지하는 만큼 그가 ‘폭동진압법’을 발동시켜 시위 현장에 연방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때 양측 지지자의 대립이 더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언론 보도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인 3일 저녁 실제 결과에 관계없이 조기 승리 선언을 하고, 이후 결과에서 그가 패하면 양측 지지자의 충돌은 격해질 수 있다. 바이든 캠프 또한 트럼프 측과 마찬가지로 선거 당일 승리 선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민간 선거전문단체 ‘미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9965만 명 중 당적 분류가 가능한 20개 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민주당 지지자가 45.0%로 공화당 지지자(30.5%)를 앞섰다. 이를 역전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려면 3일 현장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공화당 지지자가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3개 주에서 모두 60%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측 계산이다.

공화당은 당일 현장투표를 독려하는 작업을 마지막까지 계속했다. 3일 버지니아주 매클린 시니어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트럼프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던 한 여성은 ‘공화당 결집 시 트럼프 대통령이 4%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적힌 자료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공화당이 민주당의 2배로 투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미 전국적으로 1억 명 가까이 사전투표를 진행한 탓인지 이날 이른 아침 찾은 투표소는 한산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에 맞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오전 5시 반부터 투표소 앞에 나와 있었다는 레이철 몬슬라브 씨는 “바이든은 팬데믹에서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후보”라고 말했다.

워싱턴·매클린=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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