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살해’ 빈 총격 테러 사건 배후는 IS…20대 테러범 잡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18시 14분


2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범의 주범 쿠이팀 페이줄라(20)가 한때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가담해 체포됐지만 이를 포기한 듯 당국을 속여 감형을 받은 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역시 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혀 유럽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내무부는 3일 페이줄라의 신원 및 그가 범행 직전까지 철저히 공격 의사를 숨긴 사실을 공개했다. 북마케도니아 출신 알바니아계 부모를 둔 그는 빈에서 약 14㎞ 떨어진 뫼들링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다. 청소년 시절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IS에 합류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18세가 된 2018년 9월 시리아로 가기 위해 터키로 출국했다가 이틀 만에 적발돼 오스트리아로 송환됐다. 이후 테러단체 가담 혐의로 지난해 4월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조기 석방을 위해 철저히 이슬람 극단사상을 버린 듯 행동했다. 소년법에 따라 미성년 피고인은 심리상담 교육 등을 통해 범행을 반성하고 달라졌다는 점이 인정되면 감형해주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페이줄라는 종종 상담자들에게 “IS를 포기했다. 헛된 극단주의 사상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결국 입소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그는 출소 후 선량한 시민 행세를 했고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이 지급되는 아파트도 받았다. 이웃들은 “노인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는 등 예의바른 청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2일 테러 직전 본심을 드러내기 위해 자동소총, 칼 등으로 무장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후 빈 중심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살해했고, 테러 9분 만에 경찰에 사살됐다. 칼 네하머 내무장관은 “테러 위험인물의 조기석방이 문제”라며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역사교사 참수 테러, 같은 달 29일 니스 대성당 테러 용의자들 역시 모두 무슬림인 10,20대 청년들이다. 전문 테러범이 아닌 극단주의 사상에 세뇌되기 쉬운 이슬람계 청년들이 대형 테러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 오스트리아 경찰은 용의자 14명을 추가 체포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도 2명의 스위스 청년이 빈 테러에 연관됐을 가능성으로 체포됐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 가해자, 배후자를 추적해 정형벌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시리아의 절반, 이라크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2013~2015년 중동과 유럽에서 잇따라 대형 테러를 저지르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IS의 테러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IS는 이번 빈 테러 외에도 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대 테러 역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S가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언제든 추가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합동테러분석센터(JTAC)는 3일 자국 내 테러 경보를 ‘상당’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테러 가능성이 매우 높을 때 발효된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유럽연합(EU) 전체에 테러 용의자 구금, 감청, 사찰 등을 강화하는 미국식 테러방지법 도입이 필요하다. 각국 외무장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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