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
여론조사 바이든 승리 전망 뒤집혀
AK스틸 등 제조업체들 자리잡아… 바이든 친환경산업 정책 외면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당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팽팽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북동부 오하이오주에서 예상을 깨고 크게 승리했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18명이 걸린 오하이오는 인근 펜실베이니아, 중북부 미시간, 위스콘신 등과 함께 대표적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해 미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대변하는 곳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에서 53.3%를 얻어 바이든 후보(45.2%)를 8.1%포인트 차로 넉넉히 따돌렸다. 선거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3∼4%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한 것과 대조적이다. 4년 전 대선의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선에서 오하이오에서 승리한 공화당 대선후보는 모두 백악관 주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하이오 대승 이유를 두고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2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한 것이 제조업 기반인 러스트벨트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셰일업계의 프래킹(fracking·수압을 이용해 지층을 뚫는 방식)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환경론자들은 프래킹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해 수자원 낭비가 심하고, 시추지역 인근의 지반을 약화시켜 지진 위험을 증가시키며, 일부 유독성 화학물질이 빠져나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내내 에너지,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을 육성시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늘리기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에너지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프래킹을 지지하는 행정명령 발동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약 1200만 명의 오하이오에는 철강회사 AK스틸,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 굿이어 타이어 등 ‘주식회사 미국’을 상징하는 전통 제조기업이 즐비하다. ‘그린 뉴딜’을 표방하며 친환경 산업 육성을 강조한 바이든 후보의 정책이 오하이오 유권자에게 큰 매력을 안겨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오하이오 표심을 잡기 위해 유세 마지막 날인 2일에도 이곳을 찾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 언론 더신시내티인콰이어는 “바이든이 오하이오 대도시와 인근 교외에 집중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 농촌에서 선전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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