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선언은 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미국 국민이 합니다. 믿음을 가지세요.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겁니다.”
미국 대선 다음 날인 4일 0시(현지 시간)가 조금 넘은 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 인근의 야외 연단에서 승리를 낙관했다. 현장 투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선전하고 주요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의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 다른 경합주 승리 및 사전투표 등을 통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시종일관 자신감과 낙관론을 피력했다.
바이든 후보는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여러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지지자들에게 낙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직 개봉할 사전투표 수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의 모든 표를 열어 보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는 애리조나, 미네소타, 또 기대하지 않았던 조지아에서도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또 위스콘신, 미시간에서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이길지는 내일 아침, 혹은 더 오래 걸려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려운 집계 과정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투표가 집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 무대에 오른 부인 질 여사는 힘차게 박수를 쳤다. 자동차를 타고 모인 지지자들도 연신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 측은 4일 오전 11시경 성명을 내고 “선거 승리의 궤도에 올랐다. 오늘 안에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바이든이 위스콘신,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는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두 곳의 승리를 낙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후보가 4일 중 대국민 연설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당일인 3일 고향 펜실베이니아를 누비며 지지세 확산에 공을 들였다. 그는 유년기를 보낸 스크랜턴의 집을 찾았다. 2008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이곳을 찾은 지 꼭 12년 만이다.
당시 방문에서 그는 이 집 침실 벽에 ‘집에 왔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거실 벽에 ‘신의 은총과 함께 이 집에서 백악관으로’라고 적었다.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현재 이 집에 사는 앤 컨스 씨는 바이든에게 “당신을 늘 보고 있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 집을 찾기 전 건너편에 선 한 노인을 가리키며 “내가 어렸을 때도 저기에 사셨던 할머니”라고 외쳤다.
이후 바이든 후보는 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 곳곳을 확성기를 들고 누볐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투표를 할 것”이라며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면 유세 중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한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 발언을 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지지자와 포옹 및 하이파이브를 자제하며 팔꿈치 인사를 택했다. 점심에 들른 한 식당에서도 바이든 캠프는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몰려든 지지자의 접근을 막았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전 질 여사, 손녀들과 함께 자택 근처 성당에서 미사에 참가했다. 이후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 보의 묘지를 찾았다. 바이든 후보는 당초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 정계를 은퇴하려 했고,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보를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삼으려 했으나 아들의 사망으로 대선에 다시 도전했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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