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 짙은 트럼프, ‘소송 폭탄’ 보수 우위 대법원서 막판 역전 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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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선택한 것은 소송이었다. 그는 대선 하루만인 4일(현지 시간) 역전을 당했거나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주요 경합주들에서 ‘소송 폭탄’을 쏟아냈다. 미국 대선이 법정싸움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되면서 소송 장기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 분열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리더십 약화 혹은 공백으로 인해 적대국의 도발 등 대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위스콘신주에서 재검표 청구 소송을 냈고 미시간,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개표 중단 소송을 냈다. 일부 개표가 공화당 인사들이 참관을 거부당한 상태로 진행됐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일부 투표소에서의 부정행위 의혹과 함께 유권자 신분 확인 규정과 관련된 지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와 네바다주에서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0.5%포인트 앞서고 있는 조지아주에서 막판 역전당할 경우 재검표 소송도 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사라진 50만 개의 표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미시간과 다른 곳들도 최대한 빨리”라고 주장했다. “미시간주에서 비밀리에 버려진 표가 있다면 우리 것”이라고 했고, 디트로이트에서 부재자투표의 개표가 창문을 가린 채 폐쇄적으로 진행돼 혼란을 불렀다는 기사를 리트윗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와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길 것인데 민주당이 선거 사기를 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엄청난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주 선거법을 근거로 하는 이들 소송은 주 법원에서 상소와 항고를 거쳐 주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으로 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염두에 두고 대선 직전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임명을 강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소송을 바로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법률전문가들은 개표 관련 사안이 연방대법원으로 곧바로 직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 법원을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으로 갈 수 있는 사안은 헌법상의 문제나 연방정부 관련 사안 등으로 까다롭게 제한된다는 것. 호프스트라대 법학과 제임스 샘플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선거 관련된 분쟁은 당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대법원으로 직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법원이 소송 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며 트럼프 대통령 측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예상보다 빨리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오와주 법대의 데럭 뮬러 교수는 “바이든 후보의 승기가 굳어지고 격차가 커지면 소송은 급속히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정 의혹을 제기하려면 합당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 측은 하급심에서 패배하더라도 연방대법원까지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하루 이틀 안에 결정이 나오는 가처분 형식의 개표 중단 소송과 별개로 선거부정, 우편투표 효력 등을 놓고 지루한 법정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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