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주요 경합주로 꼽혀온 미시건과 애리조나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개표소를 찾아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돌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개표소로 난입을 시도해 개표가 지연됐다. 미국의 정치 중심지인 수도 워싱턴에선 백인 우월주의 단체 회원들이 흉기로 피습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종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극심해진 정치와 이념 갈등이 대선 이후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시위를 열고 “개표를 중단하라”,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명확한 증거 제시도 없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식의 발언을 해온 것을 강성 지지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개표 중단 요구까지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건 애리조나 등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자 이 지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욱 강경하게 반응했을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선 우편투표를 주로 개표하고 있던 장소인 TCF센터에 수백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개표 중단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의 제지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개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개표소에선 시위대를 내쫓은 뒤 개표 작업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합판으로 창문을 막았다.
피닉스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리코파 카운티 선거센터 주차장에 모여 개표 중단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폭스뉴스는 최악이다”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폭스뉴스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한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 시위에선 공화당 내에서 강성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꼽히는 폴 고사르 애리조나 연방하원의원이 참석해 “이번 선거가 도둑질 당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백인 남성 두 명과 흑인 여성 한 명인데 이들은 4일 오전 2시반경 백악관에서 약 300m 떨어진 골목에서 괴한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복부와 목에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 구성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흑인 인권 운동 조직)’ 구성원들이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BLM 소속인 것으로 확인되면 자칫 인종 간 갈등으로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범행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가해자들은 모두 흑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날 BLM 회원 약 1000여 명이 이 지역에서 집회를 가졌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당시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BLM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BLM은 피습과 아무 연관이 없다.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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