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부시 손들어준 ‘대법원 결정’ 재연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6일 03시 00분


[2020 미국의 선택]플로리다 초박빙 결과에 재검토
고어측 수검표 요구… 부시측 소송
한달간 당선자 확정안돼 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 꼽혀 온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조지아에서는 개표 중단 소송을 내고, 위스콘신에선 재검표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방대법원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11월 7일 조지 W 부시 후보(공화당)와 앨 고어 후보(민주당)가 맞붙은 대선에서 불거졌던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대선의 플로리다에선 초박빙 결과가 나왔다.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를 고작 537표로 앞섰다고 나온 것. 당시 플로리다 유권자 수는 약 600만 명이었다. 승부 차이가 0.5%포인트 미만일 경우 자동으로 재검표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 법에 따라 재검표가 실시됐다. 그 결과 부시 후보는 정확히 327표 차이로 고어 후보를 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고어 후보 측은 플로리다 법원에 수검표를 요구했고 플로리다주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시 후보 측이 연방대법원에 선거 관할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연방대법원에서 다뤄지게 된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은 12월 12일 재검표 기각 결정을 내렸고 다음 날 부시 후보가 대통령으로 공식 당선됐다.

당시 재검표 과정에선 이 작업이 법적 시한 내에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극우 성향 인사들이 개표소에 난입해 소동을 벌인 이른바 ‘브룩스브러더스 사건’이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브룩스브러더스 브랜드 옷을 입고 소동을 벌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며 정치 전략가인 로저 스톤이다. 스톤은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우편투표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며 소송을 통해 연방대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혀 왔다. 또 연방대법원의 인적 구성(보수 6명, 진보 3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일부 주에서 우편투표의 유효 기간이 연장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사흘 뒤인 6일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유효로 인정하는 것처럼 인정 기간을 넓히는 것에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일 뒤 도착하는 우편투표의 규모가 크지 않아 별다른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아형 abro@donga.com·이세형 기자
#부시#대법원 결정#재연 가능성#미국#선택#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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