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에서 앞서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4일(현지 시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아직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바이든 캠프 내부적으로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권 인수 작업을 서둘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의 불복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경제 정책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구호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주소명으로 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바탕 위에 펜을 든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국정 운영 구상에 골몰한 듯한 바이든 후보의 큰 얼굴 사진을 왼쪽에 배치했다. 오른쪽에는 그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이름을 적은 ‘바이든-해리스 전환기’란 문구가 걸렸다.
인수위 측은 이 웹사이트에 “미국인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결정할 것이다. 여러 주에서 여전히 투표가 집계되고 있다”며 사전투표가 속속 집계되면 바이든의 승리가 확실해질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는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 변화, 인종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심각하다”며 “인수위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의욕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최고 속도로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웹사이트는 민주당의 지지층인 히스패닉 유권자를 겨냥해 스페인어로도 제작됐다.
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정확히 77일 후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77일 후는 차기 미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이다. 당선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대선에서 이기면 임기 첫날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하겠다’던 자신의 대선 공약을 일종의 첫 대외 메시지로 공표하면서 ‘트럼프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 가입국이 채택해 다음 해 발효된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지난해 11월부터 탈퇴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은 이 협약에 서명한 국가 중 유일한 탈퇴국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그린 뉴딜’로 불리는 친환경 공공 투자를 강화하고 화석연료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한 205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며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탄소집약적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에 불과 30일만 걸린다는 점도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고, 빠른 성과를 원하는 바이든 캠프 측의 구미에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후보가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고, 그의 말대로 임기 첫날 곧바로 재가입 절차를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은 빠르면 내년 2월 19일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 구상을 밝힌 후 약 40분 뒤 트위터에 “개표가 끝나면 승자가 될 것으로 확실히 믿는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