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펜실베이니아 이기면 백악관行 ‘매직 넘버’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2020 미국의 선택]개표 사흘째… 경합주서 잇단 역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거본부에 도착해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하루 전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개설한 바이든 후보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보건 경제 분야 
자문단을 만나는 등 사실상의 대선 승자나 다름없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거본부에 도착해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하루 전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개설한 바이든 후보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보건 경제 분야 자문단을 만나는 등 사실상의 대선 승자나 다름없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미국 대선 개표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16명이 걸린 남동부 조지아주와 20명이 걸린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 중반까지 크게 밀렸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역전에 성공해 앞서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초반의) 내 우위가 마법처럼 사라졌다”고 할 만큼 사전투표에서의 바이든 후보 강세 현상이 뚜렷하다.

조지아는 1996년부터 20년 동안 실시된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공화당 텃밭이다. 바이든 후보는 현재 우위인 서부 애리조나주에서 승리하고, 조지아를 추가로 잡으면 총 28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에 필요한 과반(270명)을 달성한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 애리조나 결과와 무관하게 과반을 확보한다.

○ 바이든, 경합주에서 잇달아 역전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에서 선전한 이유로 우편투표와 흑인 표심이 꼽힌다. 개표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우세를 점하며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를 15%포인트 이상 벌렸지만 개표율 75%를 넘기면서 양측 차이가 급감했다. 6일(현지 시간) 오전만 해도 9400여 표였던 양측의 격차는 정오 무렵 2000표 미만으로 줄었고 오후 6시 반경부터 바이든 후보가 소폭 앞서기 시작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은 득표율로는 모두 49.4%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 1060만 명의 약 30.5%를 차지하는 흑인 역시 바이든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아 흑인 유권자의 87%는 바이든 후보를 찍었고, 백인 유권자의 70%는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을 정도로 인종별 지지 후보가 극명히 나뉘었다. CNN 등 언론은 그 이유로 올해 7월 타계한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바이든 후보가 한때 부통령 후보로 거론했던 흑인 여성 정치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 주의회 의원(47) 효과를 꼽는다.

루이스는 주도(州都) 겸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 동남부에서 33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미 정계의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인종차별 정책을 비판했던 루이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통령에 걸맞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곳 흑인 지역사회에 적대적인 대통령의 태도가 유권자들의 반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이브럼스 전 의원은 2018년 주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공화당 후보에게 석패했지만 이후 흑인 유권자 등록을 강화하는 비영리단체를 세워 지역 내 흑인 사회의 표심을 다졌다. 또 바이든 대선 캠프에 ‘민주당이 올해 대선에서 조지아를 가져올 수 있다. 섣불리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거듭 촉구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의 조지아 유세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아의 인구지형 변화 역시 민주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1세기 들어 CNN, 코카콜라 본사 등이 위치한 애틀랜타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전역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온 젊은층이 몰렸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물가가 비싼 뉴욕, 보스턴 등 북동부 대도시에서 남부로 이주한 주민이 늘어난 것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젊은층, 북동부 주민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우편투표에 힘입어 판세를 뒤집었다. 개표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리드하며 1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계속 좁혀지더니 6일 오후에는 개표율 95% 상태에서 격차가 0.3%포인트(1만8000표)까지 줄었고, 오후 11시경 처음으로 역전했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대도시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가 열리면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 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 트럼프는 애리조나 역전 기대

경합주인 네바다에는 아직 19만 표가 남아 있다. 이 중 90%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클라크카운티의 표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바이든 후보가 현재의 우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흐름을 뒤집고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애리조나를 포함해 현재 남은 5개 경합주에서 승패를 조합해 보면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리할 경우의 수는 27개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4개밖에 없다. NYT가 계산한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253명)를 기준으로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를 놓치고 나머지 4개 주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두 후보가 확보하는 선거인단은 269명 대 269명으로 동수가 된다.

다만 언론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확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폭스뉴스와 AP통신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판정한 애리조나주까지 초접전 상황이어서 아직은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의미다. 실제 애리조나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따라잡기 시작해 개표율 90%인 현재 1.6%포인트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이곳에 아직 집계되지 않은 20만 표 이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4만6000표 차이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지아주는 후보 간 표 차이가 0.5%포인트 미만이면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지루한 재검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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