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확보함에 따라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번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핵 실마리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커지는 대북 핵위협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김정은, 핵 감축해야 만난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운 ‘톱다운’ 해결에 무게를 뒀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미중 정상회담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10월 22일 2차 대선 TV토론에서 “핵 능력을 감축하겠다고 합의해야 만날 수 있다. 한반도는 비핵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바이든 시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북한의 선(先) 핵능력 감축 합의를 내건 셈이다.
당시 토론에서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외국 정상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며 대북 관계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도 우리는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폭력배(thug)’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팀 좌장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악의 독재자를 미국 대통령과 동등하게 대우했다”고 평했다.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아예 닫은 것은 아니지만 대화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 성과를 담보할 경우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은커녕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바이든 후보의 ‘대화의 조건’을 낮추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 느슨해질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기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허울 좋은 ‘세계의 보안관’을 관두고 계산서를 청구하겠다”며 한국, 독일 등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면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은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은 다소 느슨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7월 민주당은 당의 주요 정책 방향을 담은 정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고립시켰다. 미국의 동맹 체제는 냉전 이후 최대의 시험에 직면했다”며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정강에서는 “한반도가 핵 위기에 놓여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비용의 분담을 대폭 인상하며 동맹인 한국을 ‘갈취(extort)’하려고 했다”며 “공정한 분담 기여를 권장하지만 결코 폭력단이 갈취하듯 동맹을 대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입장에선 방위비 협상이 ‘합리적 수준의 인상률로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이미 ‘미국인의 세금으로 방위비를 충당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가 이미 미국인들에게 각인된 만큼 예년 수위를 넘는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던 해외 미군 재배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적을 상대로한 동맹 연합방위력이 위험에 처할 만큼 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주한미군 규모의 감축도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평가도 나온다.
●정교해질 미중 갈등…양자택일의 순간 성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등 동맹을 상대로 해 동맹 연대를 강화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안보 분야 전문가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에는 경쟁하듯이 중국에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선거 분위기가 있다”며 “바이든이 이기더라도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갈등이 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전략 하에서 관리된다는 방식이다. 앞서 민주당 정강에서 보듯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동맹국과의 탄탄한 연대를 바탕으로 정치·경제 전 분야에 걸쳐 미국과 반중(反中) 연대에 나서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혼란은 커질 수 있다. 앞서 ‘화웨이 금지 조치’로 화웨이가 경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5G 통신장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의 대중 제재에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깊어지며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의 완제품까지 수입을 금지하면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경제번영네트워크 등 동맹국 간 경제 연합을 강화하고 국제 통상질서를 새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통상뿐 아니라 국제안보 분야에서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4개국 협력체인 ‘쿼드(Quad)’를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목표로 ‘쿼드 플러스’로 확장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동맹국과의 연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 되면 한국이 지금과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굳어진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어느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등 구체적인 외교안보 정책 프레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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