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러스트 벨트’의 표심이었다. 조 바이든 후보는 초반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으로 나타난 열세를 뒤집고 이 지역 주요 경합주들에서 잇따라 대역전에 성공, 마침내 백악관으로 가는 문을 열어 젖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완성된 역전 드라마
‘러스트 벨트’ 지역의 초반 레드 미라지 현상은 예상보다 강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주에서 개표 초반 현장투표에서 우세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밀리는 듯했다. 이미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일찌감치 확정된 시점이었다.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선벨트’ 지역은 물론 북부까지 붉게 칠해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러다 정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런 흐름은 개표 이틀째를 넘기면서 급속히 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가 대거 참여한 사전투표가 속속 개봉되면서 바이든 후보가 위스콘신과 미시간주 역전에 성공한 것. 미시간주의 경우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미시간주의 격차가 개표 50%를 넘기면서부터 급속히 줄어들더니 대도시 디트로이트의 개표 결과가 반영되면서 막판에 극적으로 뒤집혔다.
마지막 결정타는 펜실베이니아주였다. 대선일 이후 사흘이 지난 시점(6일)까지 우편투표 접수를 허용한 펜실베이니아주는 개표도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진 상황. 개표가 시작된 직후 바이든 후보가 우세했다가 한 차례 역전당황 상황에서 12%포인트까지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67만 표의 차이는 바이든 후보가 따라잡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대역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개표가 75%를 넘어서면서부터. 바이든 후보의 표가 급격히 늘어나며 그래프가 쭉쭉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대도시 및 우편투표가 집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 후보는 개표 98% 시점에 49.64%의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9.09%)을 꺾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법은 두 후보 간 격차가 0.5%포인트 이하일 경우 재검표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규정에도 걸리지 않을 만큼의 격차까지 벌려놓은 것.
AP통신은 격차가 0.5%포인트를 넘어선 7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25분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확정함과 동시에 그를 제46대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당시 남아있던 미개표 용지는 약 6만2000개. 이를 다 반영해도 다시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직후 CNN방송과 MSNBC방송,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물론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도 이 뉴스를 속보로 내보내며 그의 당선을 확인했다.
●백인 노동자들 집중 공략 주효
러스트 벨트는 자동차 산업 노조를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다. 그러나 4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의 쇠락과 함께 불만이 누적된 백인 노동자 표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 지역을 되찾아오는 것이 이번 대선의 승리 ‘열쇠’라고 본 바이든 캠프는 전략은 유효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스크랜턴이 자신의 고향임을 강조하면서 선거 내내 이 곳을 포함한 ‘러스트 벨트’를 집중 공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세를 최소화하면서도 이 지역만큼은 ‘올인’하다시피 반복해서 찾았다. 이런 그를 향해 백인 노동자들은 다시 하나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결국 그에게 대역전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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