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외교안보 등 대부분의 정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등으로 압축되는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180도 전환시키는 ‘트럼프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민, 보건, 경제 등 미국의 국내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 동맹 강화, 국제질서 복원 전망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를 비판하며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지난달 필라델피아 타운홀 미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우리를 지구상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되레 ‘홀로 된 미국’(America alone)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동맹 및 우방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독재자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유럽과 한국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독재국가의 압력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의 전통적 협력 관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도 회복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미국이 세계적 대응을 이끌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처 난 미국의 리더십이 쉽게 복원되기는 힘들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미국은 트럼프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나라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음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몇 세대,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포용적 이민정책 펼 듯
국내 정책 중 의료·보건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를 계승해 의료보험을 확대하고 메디케어의 자격 연령을 60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공약엔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환경·에너지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며 석유건설 사업을 지지하는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투자를 바탕으로 한 인프라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이민정책도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불법이민에 강경 대응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고 난민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전문직 단기 취업비자(H-1B)’ 등을 확대하고 비자 관련 제한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백인 표심을 고려해 이민 국경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바이든 당선인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낙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총기 소지는 반대하지 않지만 총기 구입 시 신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공격용 무기는 판매할 수 없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제·산업 정책은 ‘부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유색인종·노동자 계층을 겨냥한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 철폐와 서민감세다.
법인세율(21%)과 최고 소득세율(37%)은 각각 28%, 39.6%로 인상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세금은 감면하기로 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인프라, 일자리, 사회복지 혜택을 확대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현행 7.25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은 15달러로 올리고 대형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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