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 ‘미스 뉴질랜드 여왕’ 등극…“집에서 쫓겨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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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0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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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했던 아버지도 이젠 “자랑스러운 딸”
내년 뉴질랜드 대표해 국제 미인대회 출전 예정

사진|아리엘 케일 인스타그램
사진|아리엘 케일 인스타그램
트랜스젠더 필리핀 여성이 뉴질랜드 미인대회에서 여왕에 등극하는 역사를 썼다.

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아리엘 케일(26)은 필리핀 다바오시에서 앤드류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태어났지만, 올해 초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케일은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후회도 느끼지 않기 위해 공개적으로 트렌스젠더가 되기로 했다.

케일은 “나는 이미 내 인생의 형성기를 잘못된 성별로 보냈다”라며 “나는 내 20년을 잘못된 몸에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생각은 부모님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케일이 성전환을 결심한 2017년 이후 가족들에게 쫓겨났다고 회상했다.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는 성전환을 그만두던지 집을 나가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결국 케일은 집을 나갔다.

케일은 “나는 남자로서 안락한 삶을 살기보다는, 여자로서 지옥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케일은 극심한 우울증과 싸우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궁리까지 했다.

사진|아리엘 케일 인스타그램
사진|아리엘 케일 인스타그램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케일은 최근 열린 ‘미스 국제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선정됐다.

케일은 아마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라며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내 꿈을 실현하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완고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서서히 풀렸다. 성전환 수술을 하고 미인대회를 준비하던 케일을 가장 가까이서 도운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이제 케일을 “자랑스러운 우리 딸”이라고 말한다.

케일은 자신과 같이 성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싸워라”라고 조언하며 “세상 사람들은 이상하게 볼 수 있지만, 거울 속의 나는 정신과 육체, 감정적으로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미인 대회에서 트렌스젠더가 여왕의 자리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 제나 탈라코바는 미스 캐나다 선발대회에 출전권을 놓고 오랜 법정 싸움에서 승리한 바 있다.

앙헬라 마리아 폰스 카마초는 지난 2018년 미스 스페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어,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트렌스젠더 여성이 됐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12년에 제나 탈라코바는 미스 캐나다 선발대회에 출전을 놓고 오랜 법정 싸움에서 승리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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