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마취로 환자 죽인 의사, 징역 3년·자격정지·18억원 배상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1시 24분


벨기에의 한 마취과 의사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영국 여성을 마취시켰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마취 시술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헬가 보터스(51)라는 이 여의사는 이날 프랑스 법정에서 2014년 신시아 호크라는 28살의 영국 여성의 사망과 관련,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보터스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호크에 대한 마취 시술을 하면서 기관지 대신 식도로 호흡관을 삽입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터스는 이날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으며 호크의 파트너 역시 프랑스 포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 때문에 법정에 없었다.

호크는 2014년 9월 포 인근 오르테즈 병원에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보터스로부터 경막외 마취 시술을 받았다.

보터스는 매일 보드카를 마셔대는 만성 알코올 중독자로 호크에게 마취 시술을 할 때도 술을 마신 상태였음을 인정했다. 체포 당시 보터스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리터당 2.38g으로 와인 10잔을 마신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당시 보터스는 마취 일을 시작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은 때였다. 그녀는 또 산소호흡기 대신 산소마스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크는 수술 도중 깨어나 구토를 시작하며 통증을 호소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간호사는 그 장면이 마치 전쟁터같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호크는 결국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수술 후 4일 뒤 사망했지만 아기는 살아남았다.

보터스는 호크의 죽음이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며 다른 직원들에게도 책임이 있고, 당시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보터스에게 호크의 가족에게 140만 유로(약 18억40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호크의 파트너 야닉 발타자르는 “내가 보기에는 의사도 아닌 이런 유형의 의사에게 정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보터스는 술에 취해 일하다 벨기에 병원에서 해고된 후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녀를 고용한 병원은 그녀의 자격증이나 징계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수사관들은 말했다.

보터스는 “알코올 중독이 마취의사 직업과 양립할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평생 호크의 죽음에 대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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