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흑인 대통령 탄생에 겁먹은 미국인 자극해 당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6시 14분


코멘트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겁먹은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59)은 새로 출간할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의 당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12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 시사매체 애틀랜틱 등은 17일 출간되는 768쪽 분량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일부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퇴임 이후 처음 출간한 책으로, 전체 2부작 중 첫 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책에서 “백악관에 입성한 ‘나’라는 존재가 깊숙이 내재된 공포와 자연스러운 질서가 붕괴됐다는 느낌을 건드린 것 같다”며 “트럼프는 이 점을 포착해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백인들이 느낀 공포를 이용해 당선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화당도 인종주의 확산을 거들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보수 강경세력 ‘티파티’의 지지를 업고 부통령 후보가 된 점을 짚으며 “공화당 주변을 맴돌던 외국인 혐오, 반(反)지성주의, 음모론,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가시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지 W부시 대통령은 나의 당선 이후 그의 임기만료까지 11주 동안 모든 걸 순조롭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나도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과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다”며 “품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의 상황을 “분열이 깊어지고 있고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아직 미국의 가능성을 포기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누구보다 젊은이를 위해 이 책을 썼다”며 “이 책은 다시 한번 세상을 새롭게 하고, 노력과 결단력,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우리안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미국을 만들기 위한 초대장”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정치를 하기까지 과정을 다룬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2008년 정치철학을 소개한 ‘담대한 희망’을 펴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조직적으로 선거 불복 운동을 벌이는 공화당을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은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에게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망칠 것이다. 매우 위험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