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대선 불복 의사를 밝히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미 정보당국이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12일(현지 시간) CNN에 “모든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게 타당하다. 국가 안보 및 연속성 차원에서 바이든 인수위가 정보당국의 브리핑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의원을 포함해 론 존슨, 제임스 랭포드, 척 그래슬리, 밋 롬니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선거 불복과 별개로 바이든 당선인이 정보당국의 브리핑을 받는 것은 해가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아예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바이든 측이 공식적인 정권 인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인 연방총무처(GSA)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에서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은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다 부실한 인수인계 때문에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측은 전직 고위 관료 등 자체 인맥을 통하거나 심지어 책을 참고하며 필요한 부분을 얻는 등 어렵사리 업무 인수인계에 나서고 있지만 백악관의 비협조가 길어질수록 인수 업무에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 소송으로 선거 후 36일 만에 승자가 확정되는 바람에 정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다음해 9·11 테러 당시 미 전체의 미숙한 대처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 불복에만 집착하며 대통령직 수행은 등한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집트에서 미군 헬기 추락 사고로 현재까지 6명이 숨지고, 태풍 에타가 남부 플로리다주에 상륙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상당수 지역에서 의료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WP는 “그가 백악관에서 하는 일이라곤 대선 관련 트윗을 날리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선거기간시설 정부조정위원회(GCC) 등 미 선거관련 기관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이번 대선은 미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 투표용지가 삭제, 분실, 바꿔치기 되거나 어떤 방식으로 손상을 입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선거의 안전성과 진실성에 대한 최고의 확신이 있다”고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했다.
대선의 핵심 격전지이며 아직까지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역시 대통령 측이 제기한 각종 재검표 소송을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캐시 부크바 주 국무장관은 “법원이 개표 절차를 방해하려는 근거 없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이런 소송을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하는 등 선거 승리를 공식화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직 부통령 시절이던 2016년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다. 그가 취임하면 같은 아일랜드계 출신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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