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말해줄 것” 입 연 트럼프…워싱턴에 모인 지지자들 “도둑질 멈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5일 16시 43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대선 결과와 관련해 “어느 행정부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6일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으로, 기존의 불복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패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개발 성과와 함께 향후 대응방침을 설명하던 중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어느 행정부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30분간의 브리핑을 끝낸 그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는데도 답하지 않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는 뉴욕타임스에 “그도 끝났다는 걸 알고 있지만,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퇴임 후의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면서 백악관 잔류 시나리오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이후 트위터를 통해 “광범위한 선거 부정을 입증할 엄청난 증거들이 있다”며 불복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다.

14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 프리덤 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적폐를 청산하라’ ‘도둑질을 멈춰라’, ‘코로나19 봉쇄를 끝내라’는 글이 쓰인 플래카드를 든 수만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트럼프-펜스’라고 쓰인 수천 개의 대형 깃발과 빨간색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의 물결이 워싱턴 도심의 한복판을 뒤덮었다.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6시간을 운전해서 왔다는 60대 여성은 “미국이 사회주의가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이번 선거는 사기다. 대법원에 가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라이언 셔프 씨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SNS와 미디어가 퍼뜨리는 거짓말에 지쳤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그는 “코로나19는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를 낙선시키기 위해 퍼뜨린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날아와 트럼프 호텔에 묵고 있다는 켈리 웨그먼 씨는 “호텔에는 나처럼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1백만 마가 행진’(Million MAGA March), ‘트럼프를 위한 행진’(the March for Trump),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등의 10여 개의 조직과 단체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프리덤 광장에서의 행사 후 “4년 더”, “유에스에이(USA)” 등을 연호하며 대법원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맞불 집회에 나선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자들과 한 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저녁에 일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칼에 찔린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워싱턴에는 대규모의 치안 담당 인력이 배치됐고 곳곳에서 도로를 통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격려하려는 듯 이날 오전 10시쯤 차를 탄 채 광장 주변을 천천히 통과했다. 지지자들이 “4년 더”를 외치며 환호하자 양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이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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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0-11-15 23:00:23

    기자나 언론사는 사진도 일부러 트럼프 대통령의 좋자않은 표정을 실었군.. 언론의 펴견적 속셈을 그대로 읽게하네...ㅉㅉ 기자나 언론이 왜그렇게 편견을할까.. 스스로 언론 매체이기를 포기하는 것같다..고쳐라 냉철한 비판의식으로쥐재하고 기사 원고를 쓰고 편집 보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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