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중국 주도로 결성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하게 견제하고 나선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중국과의 주도권 싸움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수인계가 늦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RCEP가 출범하자마자 바로 이에 대항해 전통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세력을 다시 규합해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그러면서 그는 “우리 친구의 눈을 손으로 찌르면서 독재자를 포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우방국들과는 무역·외교 마찰을 일으키면서 러시아 북한 등 적대국 지도자와는 친밀하게 지낸 점을 재차 비판한 것. 결국 이는 한국 일본 등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 등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관심은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여부로 쏠리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TPP를 주도적으로 결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이 TPP에 복귀한다면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며 RCEP를 단번에 뛰어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도 “규칙을 우리가 정하지 않으면 중국이 할 것”이라며 무역 조건을 다시 협상해 TPP에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이 TPP에 복귀한다면 한국에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 다음 날인 내년 1월 21일에 무역 협정 등에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화상 정상회의 발언에서 “다른 국가의 내정 간섭과 일방적인 제재 그리고 자국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개입하는 ‘롱암(long-arm)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행위는 모든 국가의 합법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예고한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승리 선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것을 자제해 왔던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의 필요성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수인계가 늦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코로나19 백신 지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배포 계획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기다리면 한 달 혹은 그 이상으로 대응이 늦어진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안 통과를 호소하며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위한 경기부양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인스타그램에 “나도 4년 전 정권 이양 소임을 다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측 일부 인사는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화상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로 가지 않을 상황이 되면 전문적인 인수인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팀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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