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18일(현지 시간) 유엔에서 채택됐다. 하지만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공동 제안국에 참여한 바 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켄센서스(전원 동의) 방식으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40여 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매년 유럽연합(EU)이 결의안 작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올해까지 16년 연속으로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유엔은 이날 결의안에서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고문과 다른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대우와 처벌, 억류, 성폭력에 대해 큰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또 정치범 수용소의 운영과 당국에 의한 납치, 타의에 의한 실종,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고문과 감금 등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이른바 출신 ‘성분’에 따른 계급 차별, 북한 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유엔은 우려를 나타냈다.
결의안은 이어 유엔 대북 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허락하지 않고 인권 실태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북한 당국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 인권침해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 정치범의 조건없는 석방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결의안에는 9월말 서해에서 북한 당국에 피격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망 사건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결의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인권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우려한 뒤 “북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국제인권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성 북한 유엔주재 대사는 “우리는 이번 결의안을 절대적으로 거부한다”며 “지금 세계에서 다뤄져야 할 가장 심각한 이슈는 오히려 인종차별 등 서구 국가에서 진행되는 인권침해들”이라고 비난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에 불참한 것을 놓고 북한을 의식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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