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전사문화·장교 방관자 문화가 사태 조장·은폐
호주 정부, 아프간에 공식 사과·공정한 수사도 약속
전쟁범죄 발생 SAS 부대 해산 후 재편성하기로
호주 국방부는 특수부대인 SAS가 지난 2009~201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죄수와 농부, 그외 민간인 등 총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비전투원 2명을 잔인하게 대우했다고도 했다.
18일 호주 ABC방송과 호주 국방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앵거스 캠벨 호주군 사령관은 이날 시드니에서 아프간 전쟁범죄 보고서 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간 주둔 SAS에서는 살인 경쟁과 ‘강한 충동(blood lust)’이 일상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호주군이 자행한 모든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며 “일부 대원이 사적 제재를 가하고 규칙을 어기고 이야기를 꾸미고, 거짓말을 하고 죄수들을 살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켐벨 사령관은 죄수와 농부, 그외 민간인 등 모두 39명이 불법적으로 살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입 대원이 이른바 ‘입문식(blooding)’ 관행에 따라 상급자의 강요로 포로를 살해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호주군이 불법적인 살인을 은폐하고자 피해자 시신 옆에 무기와 라디오, 수류탄 등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목표물’로 위장했다고도 했다. SAS 부사관 집단의 엘리트주의와 전사 문화, 장교 집단의 방관자 문화 등이 전쟁범죄를 조장하고 은폐했다고 켐벨 사령관은 비판했다.
캠벨 사령관은 문제가 된 SAS 부대(2nd Squadron SAS)가 해산되고 새로운 문화와 이름을 가진 부대가 편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집단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호주군은 성명을 내어 해당 부대원 전원이 다른 부대로 전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주군은 지난 2001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간 전쟁에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 중이다.
호주 국방부는 ABC방송 등이 아프간 주둔 호주군의 전쟁범죄 의혹을 제기하자 2016년부터 4년 간 폴 브레레튼 대법관 겸 육군 소장을 중심으로 감찰을 벌여왔다. 조사 대상은 2005~2016년까지 전쟁 범죄다.
아프간 전쟁범죄 보고서는 전현직 호주군 군인 25명이 중범죄에 연루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비전투원을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대우한 36건에 대해 호주 연방검찰에 범죄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브레레튼 소장은 “연방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은 전장의 압박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결정을 했다고 치부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전쟁범죄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밝혀진 사건들은 피살자가 비전투원인 것이 명백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법적 처벌과 별개로 호주 연방정부가 아프간 희생자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보고서 발표에 앞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를 약속했다. 호주 외무부도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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