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Oxford Languages)는 2020년 ‘올해의 단어’를 단 하나만 선정할 수 없었다며 “전대미문의 해를 보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매달 새로운 단어가 떠오른 기이한 한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해의 단어로 코로나19, WFH(Working From Home·재택근무), 봉쇄(Lockdown), 일시 봉쇄(Circuit-breaker), 필수 노동자(Keyworkers), 일시 해고(Furlough),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을 꼽았다.
BBC에 따르면 캐스퍼 그래톨 옥스퍼드 사전 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분명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을 법한 단어들이나 2020년은 달랐다며 “나는 이런 한 해를 보낸 적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무후무할 일이며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우리는 한 해 동안 말문이 막혀있었는데 2020년은 새로운 단어로 가득했다”고 부연했다.
옥스퍼드 랭귀지 측은 “올해 가장 독특한 건 변화의 크기와 범위가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범지구적이고, 우리는 올해 다른 모든 것을 표현하는 방식마저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의 정치적 격변과 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단어들을 분류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옥스퍼드 랭귀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1968년 최초로 사전에 등록된 단어로 “주로 과학자,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쓰이던 전문 용어”였다. 그러나 4월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영어 단어 ‘시간(Time)’을 앞서며 올해 가장 많이 사용된 명사 자리에 올랐다.
3월께부터는 ‘일시 봉쇄’ ‘봉쇄’ ‘마스크’ ‘개인보호장비(PPE)’ ‘필수 노동자’ 등의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6월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재개(Reopen)’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문샷(Moonshot)’도 신조어 반열에 올랐다. 본래 혁명적인 사고라는 뜻인 문샷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이름을 ‘문샷 작전(Operation Moonshot)’이라고 지으며 더욱 주목을 끌었다.
두 번째는 기술 및 재택 근무와 관련한 단어로 선정했다.
3월 이후 줌(Zoom)을 통한 원격 근무와 수업이 300%까지 늘어나며 ‘음소거(Mute)’ ‘음소거 해제(Unmute)’ 등의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일(Work)와 휴식(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Workcation)의 사용은 500%가 늘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늘며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역시 전년 대비 380% 사용이 급증했다.
세 번째는 사회 운동, 소셜 미디어 캠페인, 정치와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다.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위기를 반영한 ‘탄핵(Impeachment)’이 온라인을 강타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사회 활동과 시위가 전 세계를 휩쓸며 5월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표현의 사용이 증가했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며 트럼프 대통령을 영웅시해 온 음모론 ‘큐어논(Qanon)’이란 단어의 사용은 960% 증가했다. 미국 우편투표와 관련해 ‘메일 인(Mail-in)’이란 단어는 전년보다 3000% 사용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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