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팬데믹과 실업난,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미래에 희망을 놓지 않았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해 장을 마감했다.
2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54.97포인트(1.5%) 급등하며 3만46.2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에는 3만116.51까지 치솟았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6%, 1.3%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11월 들어 이날까지 13% 급등한 다우지수는 앞으로 지수가 현 수준만 유지한다면 1987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경신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가장 극심했을 무렵인 올 3월에 비해서는 무려 60%나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1896년 출범한 뒤 103년 만인 1999년 3월 10,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형 악재에 10,000선이 붕괴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다시 1년 만에 10,000을 회복했고 2017년 1월에 거의 18년 만에 20,000선을 넘었다.
지수는 올 초에도 이미 30,000의 턱밑까지 다다랐지만 이때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를 만났다. 30,000은커녕 3월 23일 20,000선 아래(18,591.93)까지 내려갔던 다우지수는 그 후 팬데믹 상황에 따라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이후 조금씩 손실분을 만회하던 지수는 최근 백신 개발에 대한 호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20,000선을 돌파한지 불과 3년 10개월 만에 3만 고지에 올랐다.
아직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증시 급등은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경제가 다시 정상을 되찾는 순간에 대해 투자자들이 강한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이날 증시 급등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인계를 권고하면서 사실상 대선 패배를 시인한 점도 이유가 됐다. 대선 이후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부담을 월가가 한결 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날 미시간주에 이어 24일 펜실베이니아주와 네바다주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면서 선거 결과는 더 명확해졌다. 이번 증시 랠리가 ‘바이든에 대한 축포’라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재정 확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재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는 소식도 향후 경기부양책 집행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부풀렸다. 연준 의장으로서 금융위기 탈출에 큰 공을 세웠던 옐런 전 의장은 이번 경제위기 극복에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미셸 메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위기 상황에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한몸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며 “옐런 전 의장은 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다우 30,000 돌파를 자축했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다우지수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그 신성하던 숫자인 3만은 전혀 깨진 적이 없는 숫자였다”며 “열심히 일한 우리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과 국민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분간의 짧은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증시 상승세가 자신의 공이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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