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 간 추진해온 ‘대만 포용-중국 견제’ 전략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24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이날 외교전문가 등을 인용한 대만 타이베이발 기사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대만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엔 단호해져야 한다’고 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thug)”라고 부르며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문제를 비판했었다.
이와 관련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늘리고 경제협력 강화를 약속했던 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며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의 세계 패권적 행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화·민주 양당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 인수위원회는 이미 대만 당국자들과도 접촉했다고 한다. 앞서 일부 외신들은 ‘중국 정부도 향후 미중관계 개선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 측과의 비공식 접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시 주석과 바이든 당선인 간엔 전화통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에 군사·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한다면 바이든 당선인도 ‘가만히 앉아만 있진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바이든은 트럼프보다는 덜 대립적인 접근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 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당선인 시절 ‘이례적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 40여년 간 미중관계의 근간이 돼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즉,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계속 추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외교관행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대만 집권 민진당 내에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다시피 해온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불안해 하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상원의원 시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가입에 도움을 줬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했을 땐 대만으로부터 ‘중국에 맞서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과정에선 바이든의 부통령 재임 시절 차남 헌터가 부친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 기업 등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 측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를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당선인 측은 Δ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근거가 되는 1979년 ‘대만관계법’ 제정 당시 상원의원이던 바이든이 찬성표를 던지고, Δ새 정부 국무장관에 지명된 앤터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3일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처장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 등을 들어 “당선인은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가 대만인의 기대와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걸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의 신창 교수도 “바이든 정부에서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정책은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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