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팀에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행정부의 외교 수장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토니 블링컨 지명자 이외에도 실무 경험한 풍부한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특히 대통령의 대외정책 협의 및 자문기구인 국가안보회의(NSC) 업무를 총괄하는 백악관 요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76년으로 43세, 한국 나이로는 45세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최연소다. 20세기 외교의 천재라고 불리는 헨리 키신저도 46세에 안보보좌관에 발탁됐었다. 키신저는 러처드 닉슨 대통령 밑에서 안보보좌관 직을 수행했다.
◇‘토론왕’ 출신=중책을 맡게된 데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쌓기 시작한 다양한 경험과 빼어난 언변이 한 몫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옥스퍼드대에선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에서 수학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엔 학생회 회장을 맡았고 토론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다. 대학 시절에는 국제 토론대회에서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말솜씨가 뛰어났고, 학보사 편집장도 지냈다.
◇고홍주 교수와의 인연=설리번은 로스쿨에 재학중일 때에 인권 및 국제법 전문가인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예일대 석좌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고 교수는 장면 정권 당시 주미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5·16 쿠데타가 발생하자 미국에 망명한 고 고광림 박사의 3남으로,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냈다.
설리번은 고 교수가 미국 동성애자 인권 향상 및 동성 결혼 합법화의 초석이 된 ‘로런스 대 텍사스 사건’에 법정조언서(amicus brief)를 제출하는 일을 도왔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국부무 인권차관보를 지낸 고 교수와의 만남 그리고 국제법 전공으로 국내 정치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32세에 국무부 비서실 차장 발탁=그는 졸업 후 미네소타 상원의원의 수석자문위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경선을 치를 때 클린턴 캠프에서 일했다. 이어,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임명됐을 때엔 비서실 차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32세에 불과했다.
그는 국무부의 외교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연설문을 작성하며, 때로는 대언론 임무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 클린턴 장관의 오른팔이 됐다. 그는 정책실장을 지내며 당시에 112개국이나 방문했다. 그는 당시에 이슈를 파고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고, 클린턴 장관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그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뒤인 2013년 2월에는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이 돼 리비이와 시리아, 미얀마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그의 전임자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였다.
특히, 2013년 그는 당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등과 이란 측 인사와 수차례 접촉해 이란 핵프로그램을 문제를 논의했다. 비밀 접촉은 그해 11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 잠정 타결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이후, 이란 핵협상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제네바에서 이란 측과 정기적으로 만났다.
◇“바이든이 국가안보 가르쳐줬다”=그는 2014년 중반,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씽크탱크 등에서 일하다가 2016년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에 도전했을 때엔 선임 외교 정책 고문으로 활약했다. 또 예일대에 출강하고 ‘국가안보행동’(National Security Action)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하기도 했다.
설리반은 국가안보좌관으로 지명된 뒤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은 내게 정부의 가장 높은 단계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가르쳐줬다. 이젠 그가 내게 안보보좌관을 맡아달라고 했다”며 “나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기 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동맹국과의 협력 강조=설리반 지명자는 대북 정책에선 동맹국과의 협력 그리고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18년 5월 외교전문지 ‘디 디플로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북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한다”면서도 “대북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지역에 대한 보다 넓은 접근법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의 조율과 협의를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인 2018년 4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북한의 약속만 듣고 북한과의 협상을 타결짓고 외교 ‘승리’를 내세울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부 그리고 부친과 마찬가지로, 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 기조로 ‘비핵화’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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