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의붓아버지 구한 미군처럼…美, 협력과 파트너십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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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는 폴란드의 학교 동급생 900명 중 유일하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한 명이었습니다. 4년을 강제수용소에 있다가 전쟁 막바지에 숲으로 도망쳐 숨어있던 그는 덜그덕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24일(현지 시간) 델러웨어주 윌밍턴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내각 인선 발표 자리.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소개를 받고 마이크 앞에 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의붓아버지의 어두운 과거사를 꺼내자 이를 지켜보던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숨을 죽였다.

당시 블링컨 지명자의 의붓아버지가 마주친 것은 희색 별 다섯 개가 선명하게 그려진 미군 탱크. 독일 나치 탱크가 아님을 확인한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갔고, 자신이 알고 있는 단 한 가지 영어 문장인 “신이어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를 미군 병사 앞에서 외쳤다고 한다. 블링큰 지명자는 이 스토리를 전하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이며, 미국이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수 세기 동안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말 그대로 마지막 희망이었다”며 해외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한 미국의 역할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우리 혼자서는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들의 협력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이 시대의 도전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그 어떤 다른 나라보다 많이 갖고 있다”며 “겸손함과 자신감을 함께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함께 선 외교안보 분야의 다른 지명자들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귀환’이라는 일성과 함께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는 “미국이 돌아왔고, 다자주의가 돌아왔고, 외교가 돌아왔다”고 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핵무기부터 테러리즘까지 지속되는 위협에 방심하지 않고 팬데믹과 경제위기, 기후변화, 기술 분야 혼란, 민주주의 위협, 인종차별과 불평등까지 모든 분야에서 함께 진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 지명자는 “나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한 적이 없고 이는 앞으로 DNI를 맡아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때로 불편하거나 어려운 이야기가 될지라도 내가 그렇게 하기를 바이든 당선인이 원한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인 존 랫클리프 현 DNI 국장이 정보기관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바탕에 깐 다짐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6명의 장관 및 백악관 고위참모 지명자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미국이 돌아왔음을, 세계무대에서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 있음을, 우리의 정적과 맞서고 동맹을 거절하지 않으며 우리의 가치를 위해 일어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맹과 함께 할 때 미국은 가장 강하다”며 “이 팀은 다음 세대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를 단순히 바로잡는 수준이 아니라 다시 그려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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