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부, 추수감사절 기념 기고…“대가족 모이는 전통 잠시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6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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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가족이 11월 7일 촬영한 기념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가족이 11월 7일 촬영한 기념사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질 바이든 여사가 추수감사절인 26일(현지 시간) CNN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추수감사절 전통’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바이든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역시 여느 미국 가정처럼 이번 추수감사절 대가족이 모이는 전통은 포기했지만 감사한 이들을 떠올리는 전통은 소중히 이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느낄 상실감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바이든 부부의 추수감사절 기고문 전문.
이번 추수감사절, 전국 가정의 식탁들에는 빈 자리가 있을 것이다. 멀리 오지 못한 사랑하는 이들이나, 해외에 있는 부모님의 자리일 수도 있지만 내년 추수감사절에 함께하기 위해 이번 펜데믹 기간 동안 떨어져있기로 한 바로 옆 동네에 사는 형제자매의 자리일 수도 있다. 특히 올해 가족을 잃은 가정에서의 빈 자리는 집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랑하는 이들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우리 가족 역시 오랜 시간 신성한 의식처럼 지켜온 전통이 있다. 여러 세대가 주방에 모여 요리를 하고, 꽃과 초로 식탁을 장식하고, 축구와 체커게임을 하고, 매년 불어나는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은 우리 가정의 빈 자리가 생긴 뒤에도 우리가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줬다. 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그 가운데 가족들 간의 유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해줬다.

하지만 올해 우리는 조금 작은 칠면조 요리를 할 것이고 주방의 부산스럽던 요리 소리도 한층 조용해질 것이다. 찬바람 속 가족과의 산책도, 손자들의 소란도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처럼 우리도 안전하게 치를 수 없는 전통을 잠시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작은 희생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런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댓가라는 것을 알고, 우리만 혼자 이런 희생을 치르는 게 아님을 안다. 각자의 주방에서, 전국에 걸쳐 모두 떨어져서, 우리는 서로를 치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과 같이 우리 가족도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통은 계속 지킬 것이다. 잠시 시간을 내 우리가 감사해야 할 많은 이유들을 곱씹는 것이다. 펜데믹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열심히 우리가 먹을 음식을 수확·유통해주신 분들, 우리가 사는 도시와 마을에서 쓰레기를 치워주시며 안전을 지켜주신 분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긴 교대근무와 자가격리를 해야 했던 보건의료종사자들, 환자의 마지막 인사를 도와준 간호사들, 모든 생명을 위해 싸운 의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혼란 속에도 일자리를 찾고 원격교육 속 자녀들을 돌보며 가정을 이끈 부모님들에게도, 올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쉼 없이 최선을 다해 연구한 연구진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위기와 어려움에 고개 숙이지 않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미국정신’을 발휘한 국민들께도 감사하다. 직업은 잃었을지 몰라도 따뜻한 마음은 잃지 않은 이들은 푸드뱅크에 기부를 하고 이웃들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물었다.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려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여러분의 대통령과 영부인으로서 이 아름답고 용감하고 복잡다단한 나라를 계속 섬길 수 있도록 신뢰와 믿음을 주신 것에 감사하다.

올해 우리의 상실은 우리가 함께 뭉칠 때 나오는 힘을 보여줬다. 우리의 삶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모두 연결돼있음을 보여줬고 고독하지 않게 서로 떨어져있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매일 우리 지역사회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위해 싸우는 용기, 연민, 헌신이라면 우리나라가 못해낼 것은 없다.

우리 식탁과 마음의 공허함은 사랑과 웃음에 대한 추억으로 채워질 것이다. 서로 떨어져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소중히 여길 것이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잠시 떨어져 있어야만 할지라도 결국 함께 이겨낼 것이다.

행복한 추수감사절 보내시길 바란다.

바이든 가족이 여러분께.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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