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반바지 차림 여성 등장시켜 다른 쇼핑객 유혹 방법 시연
"공영방송 가치 훼손하지 않고 공공서비스 하는 법부터 배워라" 비난
살리니 RAI 최고경영자 "추구하는 공공가치에 위배" 조사 지시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가 지난 24일에 여성 시청자들에게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면서 섹시해 보이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며 짧은 반바지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등장시켜 어떻게 카트를 밀어야 다른 쇼핑객들의 눈길을 끌 수있는지, 진열대의 물건을 고르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을 때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하는지 등 다른 쇼핑객들을 유혹하는 법을 가르치는 쇼 프로를 방영, 여성들의 거센 분노와 비난을 초래했다고 이탈리아의 ‘더 로컬’이 26일 보도했다.
RAI ‘디토 파토’(Detto Fatto,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라는 뜻) 쇼의 이 같은 내용은 특히 25일 ‘국제 여성폭력 근절의 날’을 하루 앞두고 방영돼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RAI의 파브리치오 살리니 최고경영자(CEO)는 “‘디토 파토’의 방영 내용은 RAI가 추구하는 공공의 가치와 편집 방침과 맞지 않는다”며 쇼 프로 방영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데토 파토’ 쇼의 진행자 비앙카 과체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지금이 1970년인가? 지금은 2020년, 그것도 202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공영방송이 여성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면 이탈리아 사회는 어려움에 빠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소셜미디어들에는 쇼 프로에 대한 혐오, 방송사에 대한 수치심, 수신료 지불에 대한 분노 등을 토로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동영상을 본 외국 SNS 사용자들은 진짜 방송 내용인지, 아니면 패러디물인지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테레사 벨라노바 이탈리아 농업장관 역시 “여성에 대해 하이힐이나 섹시함, 인어, 마녀와 같은 정형화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장관 안드레아 마르텔라는 “RAI는 쇼핑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RAI의 가치와 역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공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