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이겨낸 日 최연소 女시장 “남녀격차-세대차이도 넘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일 03시 00분


[‘유스퀘이크’(Youthquake) 젊은 리더십, 변화 이끈다]
<2> 36세 나이토 日도쿠시마 시장

나이토 사와코 일본 도쿠시마시장은 10월 15일 집무실에서 시 명물 ‘아와오도리’ 축제 포스터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아와오도리는 약 400년 역사를 지닌 도쿠시마 전통 춤이다. 나이토 시장은 “매년 8월 아와오도리 축제를 
여는데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최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도쿠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나이토 사와코 일본 도쿠시마시장은 10월 15일 집무실에서 시 명물 ‘아와오도리’ 축제 포스터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아와오도리는 약 400년 역사를 지닌 도쿠시마 전통 춤이다. 나이토 시장은 “매년 8월 아와오도리 축제를 여는데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최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도쿠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젊은 세대가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젊은이를 응원하는 제도와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18일 일본 역사상 최연소 여성 시장에 취임하면서 ‘유스퀘이크’의 주역이 된 나이토 사와코(內藤佐和子·36) 도쿠시마시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왜 세계 각국에서 젊은 정치인이 득세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를 바꿔 보고 싶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이고 남녀 격차가 심하다. 매년 세계 각국의 남녀 격차 순위를 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153개국 중 121위를 차지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1741개 지방자치단체 중 여성 수장의 비율 역시 1.4%(25명)에 불과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각료 21명 중 여성 장관 또한 2명뿐이다.

일본 본토를 구성하는 4개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섬 동부에 있는 도쿠시마는 도쿄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약 25만 명의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약 30%인 데다 정치적으로도 보수 성향이 강하다.

그는 신경 손상으로 어지럼증, 감각 이상, 염증 등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 환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64세 현역 남성 시장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변화를 원하는 민심은 최연소 여성 시장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나이토 시장은 자신의 당선 비결에 대해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도쿠시마시는 물론이고 도쿠시마현 전체에서 여성 지사와 시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참신하다고 느끼고 ‘뭔가 바꿔 주지 않을까’란 기대를 드러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나이토 시장은 2003년 도쿄대 문학부에 입학했다가 법학부에 재입학해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난치병 때문에 법조인의 꿈은 접었다. 하지만 다른 길을 찾았다. 그는 “대학 때 변호사를 꿈꿨지만 20세에 다발성경화증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의사가 ‘법조인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해 한때 절망했지만 난치병에 걸린 것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향인 도쿠시마로 돌아가 노약자 복지시설 건립, 도쿠시마산 목공품 브랜드화 등 ‘마을 만들기’ 시민운동에 주력했다. 현재 초등학생 아이를 양육하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나이토 시장은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심정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0대 여성 시장으로서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남성’ ‘세대’의 벽을 느끼는 순간 또한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첫 출근 날 부장 이상 간부와 회의를 가졌는데 수십 명의 참석자 전원이 남성이었고 상당수는 아버지뻘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시에서 부장을 지낸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 그래서 5월 첫 인사 때 여성 부장 1명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대차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는 “회의, 일상대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내 생각을 꾸준히 알렸다. 점차 직원들 또한 나의 생각을 이해해 줬다”고 했다. 또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이토 시장은 “상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 된다”며 고령층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이토 시장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일본의 남녀 격차(젠더갭)는 절망적인 상태”라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핀란드와 뉴질랜드에서 3040 여성 총리가 탄생한 점을 거론하며 “의회, 대기업 등에서 일종의 여성할당제를 도입해 일본 사회를 강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이토 시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하고 두 차례 한국을 여행했다”며 “15세 때 잠시 미국에 갔을 때도 한국 유학생과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경험으로 두 나라 국민의 사고방식이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양국 관계는 나쁠 때도 좋을 때도 있지만 시민 교류는 계속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젊은층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나이토 시장은 “일본에서 여성과 젊은이가 힘을 내듯 한국 젊은이 또한 사회 변화를 주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신부터 열심히 시장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나이토 사와코(內藤佐和子)
1984년 도쿠시마현 도쿠시마시 출생
2003년 도쿄대 문학부 입학(이후 법학부 재입학)
2004년 난치병 ‘다발성경화증’ 진단
2010년 도쿄대 졸업 후 귀향, ‘마을 만들기’ 시민단체 등 운영
2020년 4월 일본 최연소 여성 시장으로 취임

도쿠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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