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웹사이트, 주요 8가지 분야에서 대북제재 회피 행위 정보 수집
대북 불법 행위 연루 및 제3국 행위자도 겨냥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관한 제보를 받기 위한 독자적인 웹사이트(dprkrewards.com)를 처음으로 개설했다. 국무부는 무기 수출, 자금 세탁, 선박 간 환적 등 제재 위반 사례에 관한 제보에 최대 500만달러(약 55억원)의 포상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와 워싱턴 포스트(W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행사에서 “전 세계인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불법 행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는 테러자금 조달, 대량살상무기 획득, 대북 불법 행위 등을 총괄적으로 다룬 ‘사법정의를 위한 현상금 프로그램(RFJ)’사이트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6월부터 대북 제재 위반 사례 제보에 관한 포상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북한의 불법 행위만을 겨냥한 독자적인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VOA은 전했다.
신설 웹사이트에는 자금 세탁, 사치품 대북 수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지원하는 사이버 행위 등 대북 지원 활동에 관여하는 이들의 금융 체계를 붕괴시키는 정보를 제보할 경우, 최대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무부는 신설 웹사이트에서 주요 8가지 분야에서 대북 제재 회피 행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 무기와 관련 기타 물품의 수출과 선적 행위, 북한 정부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 사이버 보안을 훼손하려는 사이버 작전, 북한산 석탄 수출과 원유?석유 제품 수입에 관여한 선박 간 환적 (STS)이 해당된다.
또 북한 정부를 위한 수입 창출 목적으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거나 제3국에서 이들의 활동을 조장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고 했다.
북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세탁도 국무부의 정보 수집 대상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마약 밀매, 상품?화폐 위조, 북한 정부 지원 목적의 대량 현금 밀수뿐 아니라 대북 사치품 수출을 위한 선적?운송 행위에 관한 정보도 제공받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정부에 의해 자행된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한 제보도 요청했다. 웹사이트는 영어 외에도 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총 21개 언어로 번역돼 있으며, 왓츠앱, 시그널, 텔레그램 등 3개의 메신저 앱을 통해 제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웡 부대표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 2개월 동안 북한과 관련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대북제재 위반에 일조하는 중국인들과 중국 기관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 비난했다.
웡 부대표는 200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행한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에 가장 큰 장애물은 핵과 화학·생물학 무기를 만들기 위한 북한의 프로그램과 그 무기들을 전 세계에 실어 보내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북제재 위반에 일조하고 있다면 비난한 것이다.
그는 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며 소형무기에서 대전차, 방공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현대화된 일련의 군사체제를 과시했다며 미국은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자금을 조달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아직까지도 최소 2만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석탄 등 제재대상 물품을 운반하는 선박은 555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해산물, 섬유, 철, 철강 등 유엔 대북제재 품목에 대한 무역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어떤 경우에도 중국 당국은 불법 수입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대북제재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이슨 바틀렛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1일 VOA에 새 웹사이트는 국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 전술을 구체적으로 겨냥하는 데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제재 회피 행위의 복잡성과 정교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했다.
바틀렛 연구원은 또 북한뿐 아니라 대북 제재 회피를 촉진하는 것으로 지적되는 중국, 러시아에 외교적 신호를 보내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북 불법 행위에 이미 연루돼 있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는 제3국 행위자들도 겨냥하고 있다면서, 미 국무부가 대북 제재 회피 활동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튜 하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배후에서 금융 제재 회피, 불법 해상 행위, 노동자 송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제재 회피 증거를 수집하려는 조용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웹사이트 개설을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서 평가했다.
하지만 하 연구원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이미 충분한 제재 위반 정황을 제시했으며 미 행정부가 제재 집행을 제고할 수 있는 다른 정책 대안들이 있다는 측면에서, 웹사이트 개설이 최선의 방안인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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