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중국과 ‘김치’를 놓고 갈등을 이어가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통 수프인 ‘보르쉬’를 놓고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졌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보르쉬 논쟁을 최초로 발발한 이는 우크라이나의 유명 요리사 예브겐 클로보텐코(33). 소셜미디어(SNS) 스타이기도 한 클로보텐코는 프랑스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자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기위해 힘써왔다.
그는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문화부의 한 행사에 보르쉬를 만들어와 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2013년 우리의 김장 문화를, 2017년에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피자 제조법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며 세계 각국의 전통 식문화 보존에 앞장 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보르쉬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소식에 러시아가 격렬한 반대 입장을 펼치고 나섰다.
보르쉬는 우크라이나만의 음식이 아닌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루마니아, 몰도바,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권의 전통 음식이라면서다.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작년 1월 게시한 트위터까지 다시 조명하며 “보르쉬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대한(무엇을 넣어도 되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다르다. 러시아의 보르쉬는 우크라이나 선조들이 전파한 요리일 뿐 그들의 전통 요리일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보르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548년 수도 키예프의 시장을 방문한 유럽 관광객의 노트”라고 증거를 제시했다.
클로보텐코는 “러시아에 오랜 기간 지배를 받은 뒤 우리의 정체성은 불완전해졌다. 그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 우리는 고유의 것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통 음식을 연구하면서 나는 우리만의 요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음식은 소비에트 연합정부 시절부터 내려오던 것이다. 소련은 우크라이나를 삼켰고,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유럽전문 매체 유로뉴스 등은 ‘보르쉬’ 전쟁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벌어진 민족주의 논쟁의 연장선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이후 친(親)러시아 세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내 문화·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국가 정체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는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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