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막은 39세 대만 장관 “투명한 정부 만들기 앞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유스퀘이크’ 젊은 리더십, 변화 이끈다]<4>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 정무위원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 정무위원이 5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音樂(음악), 創客(촹커·혁신 창업자), 旅遊(여행)’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며 청년들에게 이 세 가지를 꼭 해보라고 권유했다. 탕 위원은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여행을 하라”고 조언했다.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 정무위원 제공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 정무위원이 5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音樂(음악), 創客(촹커·혁신 창업자), 旅遊(여행)’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며 청년들에게 이 세 가지를 꼭 해보라고 권유했다. 탕 위원은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여행을 하라”고 조언했다.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 정무위원 제공
“정부 정책은 급진적일 정도로 투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디지털 방역 대책을 주도한 오드리 탕(39) 디지털총무 정무위원(장관급)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정책의 투명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장관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대만은 강력 봉쇄를 하지 않고도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며 정부가 각종 보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기에 국민에게 강압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각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지만 대만은 안정적인 마스크 정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핵심인 마스크 지도 앱 구축을 주도한 사람이 탕 위원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6년 집권하자마자 정부의 디지털화를 위해 그를 발탁했고, 당시 최연소(35세), 최저 학력(중학교 중퇴) 등 여러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 앱은 판매처인 약국 위치, 보유 수량, 영업 시간, 주소, 전화번호 등 세세한 정보를 알려줘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마스크 재고가 전혀 없는 곳은 회색, 최고로 많은 곳은 파랑으로 표시하는 등 한눈에 해당 약국의 마스크 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 약 2400만 명인 대만에서 6일 기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693명과 7명에 불과한 것 역시 탕 위원 같은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탕 위원은 “마스크 지도 앱을 만들 때 87세 할머니와 그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노인이 사용할 수 없는 앱은 사실상 실패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처럼 정책을 입안할 때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많은 이를 의사결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젊은 정치인이 늘어나는 세상일수록 이런 세대 간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수 정치인이 좌우하는 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젊은 각료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모든 사람이 당신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당신이 어떤 일에 앞장설 때 그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게 바로 전체주의”라고 했다. 이어 “전체주의 지도자만 불평에서 자유롭다. 불평하는 사람을 처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뼈 있는 농담까지 던졌다.

또 자신의 업무 장소가 집무실 혹은 대만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나는 어디에서도 일하고 늘 위치적으로 독립되어 있다. 종종 타이베이 밖에서 일하는 이유 또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투명한 사회를 위해 개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면 안 된다”며 대만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정보는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원했을 때만 공개해야 하며 이 역시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입각 전부터 공공 정보 공개를 위한 각종 해킹을 주도한 ‘시민 해커’로 주목받았던 그의 이력을 반영하듯 인터뷰 내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을 강조했다. 자신이 2016년 10월 취임 직후 국민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부터 만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국민은 이 게시판에서 그의 업무 일정, 진행 상황, 각종 회의록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궁금한 점을 묻거나 정부 정책에 관한 건의를 바로바로 할 수 있다.

또 시민이 특정 정책에 대해 정부 관료와 직접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조인’, 총통배 디지털 해커톤 등 정부 정책에 IT를 접목시킨 각종 톡톡 튀는 제도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영국의 제1야당 노동당을 이끌었던 제러미 코빈 전 대표가 “영국이 대만식 디지털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극찬한 이유다.

탕 위원은 1981년 타이베이에서 탕쭝한(唐宗漢)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고차 방정식을 풀고 12세에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펄’을 깨우쳤다. 천편일률적인 교과 과정에 만족할 수 없다며 14세에 자퇴한 후 19세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검색엔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애플, 벤큐 등 유명 IT기업에서도 일했다. 2005년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후 이름까지 바꿨다.

탕 위원은 지도자의 조건으로 “공공선(善)을 달성할 줄 알아야 한다. 또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닌 가장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멘토로 삼고 있다. 당신 또한 나의 멘토”라며 웃었다.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총무 정무위원(장관급)
1981년 타이베이 출생
1995년 중학교 중퇴
2000년 도미후 애플, 벤큐 등 실리콘밸리 IT기업 근무
2012년 '정부 정보공개' 촉구하는 오픈소스 사이트 '영시정부(零時政府)' 운영
2014년 귀국 후 '해바라기운동' 참여
2016년 10월~ 디지털총무 정무위원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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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이크#대만#장관#마스크대란#오드리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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