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와 마지막 크리스마스 될 수도”…메르켈, 모임 자체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6시 37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임이 너무 많아진다면 올해가 여러분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현지 시간) 의회 연설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모임 자제를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일일 590명이 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자 고강도 봉쇄정책 참여에 대한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 그는 국민의 협조를 구할 때는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기도 했고, 수차례 고개도 숙였다. 코로나19 방역 준수를 강조할 때 목소리가 커졌고 주먹을 내지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학자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주일간 만남을 줄여달라고 사실상 빌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을 재고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라는 게 약간은 비인간적일 수 있지만 (코로나19처럼) 우리 일상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했다.

동시에 메르켈 총리는 “과학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취사선택은 있을 수 없다”며 방역 조치 동참을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늘날 유럽은 계몽주의와 과학적 사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내가 동독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것은 다른 건 없앨 수 있어도 중력, 빛의 속도와 같은 팩트는 없앨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의 물리학자 경력까지 다시 거론하면서 과학자와 의사들이 내놓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믿고 따라달라고 설득에 나선 것이다.

올 봄 유럽 내 코로나19 1차 확산 때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은 가을 들어 2차 확산 시기 때 전국적 봉쇄령을 내린 프랑스, 영국과 달리 식당 영업만 제한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봉쇄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심각해지자 독일은 14일부터 학교의 대면수업 축소, 24일부터 비필수적 상점의 완전폐쇄, 재택근무 의무화 등 고강도 봉쇄책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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