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시 퀸즈에 있는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 이곳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중환자실 담당 흑인 간호사 샌드라 린지(52)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심경을 이 같이 밝혔다.
미국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샌드라 린지 간호사가 접종 증명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그는 이날 오전 9시30분경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이는 미국 내 ‘접종 1호’로 알려졌다. 린지 간호사는 “어제 잠도 잘 잤고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내가 처음이라는 생각에) 매우 흥분됐다”고 말했다.
그는 “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과학을 믿는다. 내가 하는 의료행위도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며 “내가 맞을 시간이 됐을 때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린지 간호사는 자신이 백신을 접종하고 받았다면서 ‘코로나19를 무찌르자. 나는 백신을 맞았다’고 적힌 스티커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코로나19 백신 용액이 담긴 약병을 들어보이고 있다.최근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코로나19 피해가 늘고 있지만 올 봄과 같은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이 백신이 매우 시의 적절할 때 나왔기 때문에 곧 코로나19 커브가 굽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린지 간호사가 이날 아침 백신을 맞는 장면은 TV와 유튜브 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접종 현장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 무기(백신)가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책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린지 간호사도 접종 후 “나는 오늘 희망과 안도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후 그는 기자들에게 “이날을 나를 위해서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다려왔다”며 “사람들이 나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나는 대중을 호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백신을 맞았을 때와 다른 느낌을 전혀 받지 못 했다”고 했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에서 의료진이 미국 첫 백신 접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에서 미국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이 병원은 미국에서 처음 백신 접종에 성공한 뒤 오전에 내외신 언론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했다. 접종 첫날, 백신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예고된 시간 1시간 전부터 병원에 몰려든 100여 명의 기자들은 사진 및 카메라 촬영을 위해 자리다툼도 벌였다. 미국의 한 사진기자는 “백신 접종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이 코로나19 온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마스크를 썼고 체온 측정과 신분 확인 등 방역 절차는 제대로 지켰다.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회견에 참석했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이 병원의 스태파니 캘 간호사도 기자회견장에서 즉석으로 백신을 투여 받았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약 3cm 크기의 작은 약병에서 백신 용액을 주사기에 넣고 캘 간호사 왼팔에 접종을 마쳤다. 캘 간호사는 백신을 맞고 나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 두 손을 불끈 위로 올리며 웃어보였다. 접종을 마쳤을 때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후 기자와 만난 캘 간호사는 “첫날 백신을 맞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며 “매우 역사적인 날이고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하겠다”면서도 “백신을 맞더라도 남들이 다 맞을 때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병원을 소유한 뉴욕 최대 병원그룹 노스웰헬스의 마이클 다울링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미국에서 처음 백신 접종을 한 병원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이 점이 엄청나게 좋다”며 “이제 우리를 시작으로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게 될 것이다. 매우 좋은 신호”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보건당국은 공식적으로 처음 백신을 접종한 곳이 어딘지는 이날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동부지역의 이 병원이 1호 접종 병원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에서 미국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이날 뉴욕주 전체에서는 약 1만 도스 분량의 백신이 의료진들에게 투여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시내 5개 병원이 백신 공급을 받았고 16일까지 39개 병원이 추가로 백신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무서운 공격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뉴욕에서 미국의 첫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은 의미가 크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또 흑인 여성이 미국 내 최초 접종자로 선정된 것도 마이너리티를 배려하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린지 간호사가 자메이카 출신인 이민자라는 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받은 영국인이 90세 백인 할머니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선택은 대조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관련 기관들은 백신 승인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고 화이자는 이에 맞춰 미국 전역으로 백신 수송을 시작했다. 연말까지는 긴급 접종이 필요한 의료진과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 등 고위험군이 우선 백신을 투여 받을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첫 번째 백신이 접종됐다. 미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축하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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