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3개월이 다 되도록 뚜렷한 이유 없이 관저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스가 총리가 관저 입주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9월16일 일본의 제99대 총리로 취임한 뒤에도 총리관저 내 총리 거주지(공저·公邸)로 거처를 옮기지 않은 채 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차량으로 약 3분 거리에 있는 중의원(하원) 의원 숙소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일본 총리는 국가공무원숙소법에 따라 관저(공저)에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취임 직후 내각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관저 입주계획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공저에 들어가든 안 가든 정부의 위기관리에 누수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는 “(관저에 입주해 생활하는 게) ‘경호 문제나 위기대응 면에서도 좋다’고 스가 총리에게 권하는 관계자가 많지만, 총리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베 때부터 8년째 ‘빈 집’…매년 유지관리비만 나가
일본 총리공저는 수도 도쿄도 지요다구 나가타정 소재 총리관저 부지 내에 있는 지상 3층·지하 1층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서 연면적은 약 7000㎡ 정도다. 공저는 총리·관방장관 집무실과 각종 회의실, 위기관기센터 등이 입주해 있는 관저 건물과도 연결돼 있다.
올해 일본 정부 예산 중 총리공저 유지관리비는 약 1억6000만엔(약 16억원) 정도. 그러나 이 공저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했던 지난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8년째 비워져 있는 상태다.
스가 총리의 전임자인 아베는 2006~7년 첫 집권 땐 다른 대다수 역대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관저에 입주해 살았다. 그러나 2012년 말 재집권 뒤엔 관저에 들어가지 않은 채 시부야구의 사저에서 차량으로 출퇴근하며 지냈다. 이 때도 ‘아베가 관저로 거처를 옮기지 않은 건 귀신 때문’이란 소문이 돌았다.
아베 본인도 2013년 6월 방송 인터뷰에서 관저 내 귀신 출몰설에 대한 질문에 “도시전설(괴담)”이라면서도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귀신의 다리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고 답한 적이 있다.
◇1930년대 ‘5·15사건’ 및 ‘2·26사건’이 귀신 출몰설 배경
일본 총리관저에선 과거 제국주의 시절이던 1932년 이누카이 쓰요시 당시 총리가 해군 장교들에 피살된 ‘5·15사건’이 발생했다.
또 1936년엔 육군 황도파(일왕의 친정(親政·직접 다스림)을 주장한 옛 일본 육군 파벌) 장교들의 쿠데타 ‘2·26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져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들 사건 때문인지 그동안 총리관저 주변에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아베 정권 시기엔 국회에서마저 이 귀신 출몰설이 화제가 되자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귀신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는 내용의 공식 답변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호사가들은 관저에 입주했던 역대 총리들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제외한 대다수의 임기가 1년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귀신 출몰설’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2013년 5월 총리관저 내 귀신 출몰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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