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호 접종자 “전혀 주저 안해… 과학 믿으니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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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중환자실 흑인여성 린지 간호사
접종장면 TV-유튜브로 생중계
FDA “모더나 긴급사용기준 부합”

“코로나를 무찌르자. 나는 백신을 맞았다” 1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뉴욕의 흑인 간호사 샌드라 린지 씨가 접종 후 취재진에게 오른쪽 검지에 붙인 접종 증명 스티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스웰헬스 제공
“코로나를 무찌르자. 나는 백신을 맞았다” 1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뉴욕의 흑인 간호사 샌드라 린지 씨가 접종 후 취재진에게 오른쪽 검지에 붙인 접종 증명 스티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스웰헬스 제공
“내가 첫 접종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어요. 과학을 믿으니까요.”

14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퀸스에 있는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 이곳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 샌드라 린지 씨(52)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9시 30분경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이는 미국 내 ‘접종 1호’로 기록됐다. 린지 씨는 “어제 잠도 잘 잤고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내가 처음이라는 생각에) 매우 흥분됐다”고 말했다.

린지 씨는 “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과학을 믿는다. 내가 하는 의료행위도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며 “내가 맞을 시간이 됐을 때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받고 받은 스티커를 보여줬다. ‘코로나를 무찌르자. 나는 백신을 맞았다’고 적혀 있었다.

린지 씨의 접종 장면은 TV와 유튜브 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접종 현장에 화상으로 참석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 무기(백신)가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책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했다. 수십 명의 기자가 모인 회견장에서는 스테퍼니 캘 간호사도 백신을 맞았다. 기자와 만난 캘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할 것”이라면서도 “백신을 맞더라도 남들이 다 맞을 때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뉴욕주 전체로는 약 1만 회분의 백신이 투여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 내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뉴욕에서 미국의 첫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은 상징성이 컸다. 미국 내 최초 접종자로 선정된 린지 씨가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의 흑인 여성이라는 점도 사회 소수자를 배려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워싱턴에서도 조지워싱턴대병원을 비롯한 주요 거점 병원에서 접종이 실시됐다. 백신을 맞은 의료진은 “터널의 끝이 보이는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의료진의 접종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역사적인 날이자 비범한 의료적 성취”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일반인의 백신 접종은 내년 2월 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오하이오 켄터키주 등 미국 곳곳에서 접종이 진행됐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짐 저스티스 공화당 주지사(69)와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도 이날 접종을 받았다.

모더나의 백신도 곧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CNBC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모더나 백신에 대한 자료 검토 결과 긴급사용 승인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FDA는 자문회의를 거쳐 이르면 18일 모더나 백신 사용을 승인할 예정이며, 모더나는 미국에 초기 물량 600만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美1호접종자#코로나19#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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