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아동 성범죄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사법부가 비난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영국 더선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두 소년을 성폭행하려고 계획한 50대 남성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블라디미르 산킨(34·남)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자동차 정비사로 일한 산킨은 아파트를 지나던 중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만났다. 아이를 따라간 곳에서는 한 소년이 자이세프(54·남)에게 성폭행당할 위험에 처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집으로 두 소년을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한 후 성폭행하려 한 것이다.
자이세프는 이전에도 아동에 대한 음란 및 성폭력 혐의로 수차례 기소돼 총 17년의 형기를 복역한 악질 아동 성범죄자였다.
산킨은 즉각 그에게 달려들어 소년을 구출했다. 난투 과정에서 자이세프는 나무 막대기로 맞고 머리를 땅에 부딪치는 등 부상을 당했다. 산킨은 경찰이 올 때까지 자이세프를 붙잡아 뒀지만, 그는 병원 이송 중 구급차에서 숨졌다.
판사는 산킨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수사 결과, 산킨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소년들은 이미 풀려난 상태였고 오히려 산킨이 일방적으로 자이세프에 무력을 행사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이 자이세프의 의학적 사망원인이 ‘동사(凍死)’임을 강조하며 산킨의 선처를 요구했지만 판사는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러시아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산킨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글에 7만 명이 서명했다.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후원자도 등장했다.
산킨의 어머니는 “그저 아이들을 구했을 뿐, 내 아들이 살인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킨의 아내는 “만약 그가 외면했다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산킨은 “내겐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거나 구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누구든 내 상황이 되면 똑같이 할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산킨의 변호사는 현재 항소를 계획하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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