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중 사기꾼과 사랑에 빠진 美 기자…사표내고 이혼도

크리스티 스마이드. 사진=엘르 홈페이지 캡처

사기꾼을 취재하다 사랑에 빠져 직장과 가정까지 포기한 미국 기자의 사연이 화제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 기자 출신 크리스티 스마이드(37)의 연인은 증권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마틴 쉬크렐리(37)다.

스마이드는 2015년 제약회사 튜링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쉬크렐리의 체포 소식을 특종으로 보도한 뒤 후속보도를 위해 줄곧 쉬크렐리를 취재했다. 쉬크렐리는 그해 에이즈 치료약 가격을 한 알당 13.5달러(약 1만5000원)에서 750달러(약 83만2000원)로 무려 55배나 올려 폭리를 취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쉬크렐리는 이 일과는 별개로 지난 2018년 증권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스마이드는 쉬크렐리와의 관계가 어느 순간부터 기자와 취재원에서 그 이상으로 발전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패션잡지 엘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몇 년 동안 계속 연락해왔다”며 “어느 순간 사랑이란 걸 알았다. 사랑한다고 말했고, 쉬크렐리 역시 사랑한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스마이드는 쉬크렐리가 구속된 후부터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감옥 면회실에서 첫 키스를 나눴다고 한다.

마틴 쉬크렐리. 사진=엘르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스마이드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스마이드의 상사는 스마이드가 쉬크렐리에 대해 적은 트윗을 문제 삼았고, 스마이드는 2018년 블룸버그통신을 그만뒀다. 이듬해 남편과도 이혼했다.

두 사람은 전화통화, 이메일 등으로 혼전계약서와 앞으로 갖게 될 2세의 이름에 관해 얘기하며 애틋한 관계를 유지했다.

스마이드는 올해 4월 쉬크렐리가 긴급 석방을 신청했을 때도 재판부에 ‘쉬크렐리가 석방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쉬크렐리의 석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마이드는 쉬크렐리에 대해 “그는 지성과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며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어떤 것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발생해 확산한 코로나19 여파로 1년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있었던 면회가 마지막이었다.

스마이드는 약혼자인 쉬크렐리의 형기가 끝나는 2023년 9월까지 그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쉬크렐리의 아기를 임신하기 위해 난자를 냉동시키는 등 결혼 준비를 마쳤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