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수권법, 의회 동의 없는 주한미군 등 감축 제한
백악관 대변인, 한국 등 미군 철수 제한에 우려 표명
미 의회, 무효화 투표 준비…내년 1월3일까지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3일 AP통신과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탄절 연휴를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기 전 의회에 거부권 행사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제출 10일 이내인 이날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는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한 이 법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불행히도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참전용사와 군의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조항을 담고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행위에서 미국을 우선시하는 행정부의 노력에 반한다”고 했다.
그는 NDAA가 남부연합군 관련 군기지의 명칭 변경을 의무화한 것과 관련해 “역사를 지우고 우리나라가 우리의 건국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싸워온 엄청난 진보를 불명예스럽게 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NDAA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선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NDAA는 미 국가안보에 필요한 7410억달러(약 801조원) 규모 국방 예산안이 골자다.
59년 연속 의회의 초당적 지지 아래 통과된 이 법안은 남부연합 관련 명칭을 가진 군기지의 명칭을 3년 이내 변경하도록 하고 의회 동의 없이 주한미군 2만8500명을 비롯한 국외 주둔 미군 병력 규모를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업체에 면책권을 부여한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폐지하지 않으면 NDAA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남부연합 관련 군기지 명칭을 변경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가 빠져있는 것 등 여러 조항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독일에서 미군 철수와 배치 관련 조항도 우려된다고 했다.
주한미군 감축을 하려면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안보이익에 부합되며 역내 미국 동맹의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과 적절히 논의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미 의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다시 이를 무효화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의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상하원에서 모두 거부권 무효화 투표가 통과돼야 한다.
내년 1월3일까지 거부권을 무효화하지 못하면 의회는 원점에서 NDAA를 논의해야 한다. NDAA 법안이 법제화되지 않는 것은 5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 상하원은 거부권 행사 무효투표를 위해 연말 워싱턴 DC로 복귀를 의결한 상태다. 하원은 오는 28일, 상원은 오는 29일 의회로 복귀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이례적인 크리스마스 이후 회기에 합의면서 이 기간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무효화 투표를 하면 상원도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내 의도는 상원이 군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계속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원은 지난 8일 찬성 335명, 반대 78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상원도 지난 11일 표결에서 찬성 84명, 반대 13명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는 압도적인 표차다. 다만 일부 공화당 의원은 거부권 무효화 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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